생물...이 땅의 참 주인/나무

진짜 나무, 참나무!?

두메풀 2005. 6. 20. 10:38
굶주린 배를 채우고 추위를 막아 준, 백성을 위한 진짜 나무, 참나무!?
  
     
 

우리산야에는 대략 1천여 종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거대한 몸집과 왕성한 생명력으로 숲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 중에 하나가 참나무랍니다.

예부터 우리 산에는 참나무가 흔히 자랐고 여러 가지 쓰임새가 많아 선조들은 ‘진짜나무(眞木)'란 뜻으로 참나무란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러나 식물학적으로 참나무란 나무는 존재하지 않아요. 참나무과(科), 참나무속(屬)이란 말은 있어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답니다.

보통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등 6종의 나무를 합쳐서 편의상 참나무라고 부를 뿐이예요.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귀중한 식물로서 각광을 받아왔는데, 봄 가뭄이 들기 쉬운 5월 무렵에 꽃이 피어 서로 교배해요.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이 계속되면 수정이 잘 되어 가을에 도토리 풍년이 들고, 반대로 교배시기에 비가 자주 오면 벼농사는 풍년이 들어도 도토리는 흉작이예요. 따라서 가뭄이 들어 벼농사가 흉작인 해에 도토리는 귀중한 식량이 되어주었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선조 27년(1594) 비변사에게 아뢰기를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쌀이 모자라면 초목의 열매로도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으니 도토리가 가장 요긴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상수리나무 열매는 상수리, 이 밖의 참나무 열매는 도토리라고 예부터 따로 구분하였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참나무 열매들은 모양이 자기들끼리도 비슷하여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엄밀하게 구분해 내기란 매우 어려워요. 따라서 특별히 상수리나무 열매만을 상수리라 하지는 않고 참나무 열매를 통털어서 도토리 혹은 상수리라고 했답니다.

■ 이름도 쓰임새도 다양한 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는 잎이 좁고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짧은 침 같은 톱니가 있다. 이 침은 엽록소가 없어서 회갈색이다. 상수리나무의 잎 뒷면은 연한 녹색이고 껍질은 세로로 약간 깊게 갈라지나 코르크가 발달하지 않았고, 반면 굴참나무는 잎 뒷면이 희끗희끗한 회백색이고 코르크가 두껍게 발달한다. 또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올해 꽃이 피고 내년에 열매가 익으나, 다른 참나무들은 꽃이 핀 바로 그 해에 열매가 익는다.
졸참나무는 잎이 참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작으며 잎자루가 있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안으로 휘는 갈고리 모양의 톱니가 있다.



갈참나무
는 잎이 크며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거나 약간 부족하다.
신갈나무떡갈나무는 둘 다 잎이 크고 잎자루가 없으며, 잎의 밑 모양이 사람의 귓밥처럼 생겼다. 이 중에서 떡갈나무는 잎이 특히 크고 두꺼우며 잎의 뒷면에 갈색 털이 있다. 그러나 신갈나무는 잎에 갈색 털이 없고 두께가 얇다.
 
 
■ 임금의 허기를 달래준 상수리나무

참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상수리나무이다. 상수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연유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간 선조의 수라상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도토리묵을 자주 올렸다고 한다. 맛을 들인 선조는 환궁한 뒤에서 도토리묵을 즐겨 찾았는데, 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라’라 하다가 나중에 상수리가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황해도의 은율과 송화 사이에 구왕산이 있고 그 중턱에 구왕굴이라는 석굴이 있는데 예부터 전란이 일어나면 임금이 흔히 피난하였다고 한다. 언젠가 양식이 떨어져 임금님에게 수라도 올릴 수 없게 되자. 산 아래에 사는 촌로가 기근을 이겨내는 양식이라면서 도토리 밥을 지어 바쳐 임금을 살려냈다 해서 그 굴을 구왕굴(求王窟), 산은 구왕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 후 도토리를 상감의 수라상에 올렸다 하여 ‘상수라’라고 했고 이것이 상수리가 된 것이라 한다.

 
  ■ 백성의 추위를 달래주는 굴참나무

두꺼운 코르크가 발달하고 세로로 깊은 골이 있어 다른 나무와 구별하기가 쉽다.
굴참나무 껍질은 예로부터 비가 새지 않고 보온성이 좋아 지붕을 이는 재료로 널리 쓰였다. <고려사>에 보면 충숙왕 16년(1329) 봄, 왕이 천신산 밑에 임시 거처할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기로 하면서 관리들에게 “지붕은 무엇으로 덮으면 좋은가!” 하고 물으니, 관리들이 “굴참나무 껍질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기록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깊은 산골에는 너와집이 흔했다. 너와(나무기와)를 만들 소나무나 전나무가 없으면 굴참나무 껍질을 벗겨 지붕을 이었다. 이런 집을 굴참나무의 껍질로 만들었다하여 굴피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흔히 굴피집의 재료가 굴피나무 껍질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굴피나무는 굴참나무와 이름은 비슷하여도 가래나무과에 들어가는 전혀 다른 나무이다.
 
     
  ■ 이름만으로 얕보지마라 ! 졸참나무

장기판에서는 졸이 맨 앞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가 위급할 때 희생된다. 물론 가장 낮은 계급인 졸병이기 때문이다. 작고 볼품이 없지만 없으면 안 되는 귀중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종류 중에서는 잎이 가장 작다. 그래서 ‘졸’참나무가 졸참나무로 변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비록 잎은 작을지라도 굵고 크게 자라 웅장하게 되는 것은 다른 참나무 못지않다.
 
     
  ■ 가을의 참나무 갈참나무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대개의 나무들은 단풍이 들자마자 바로 잎이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참나무 종류들은 늦가을까지, 심한 경우에는 다음 해 새 잎이 돋아날 때까지도 잎이 그대로 달려 있다. 갈참나무는 잎이 가을 늦게까지 달려 있고 단풍의 색깔도 황갈색이라서 눈에 잘 뜀으로 가을참나무로 부르던 것이 갈참나무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병산리에는 갈참나무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285호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이 갈참나무는 세종 8년(1426)에 창원 황씨 집안의 봉례공 황전이 벼슬을 할 때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산마루 지킴이 신갈나무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산이 있고 산이 있으면 반드시 소나무와 참나무가 있다. 그런데 참나무들은 대체로 자기 영역을 정해 두고 같은 종류끼리 살아간다. 산을 오르다가 고개 바람에 잠깐 땀을 식히는 산마루나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만나는 참나무는 대개가 신갈나무이다. 다른 나무들이 잘 찾지 않는 땅에서 자기들만의 동네를 이루고 사는 것이다. 신갈나무는 잎자루가 없고 잎 모양이 떡갈나무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잎의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하고 두껍지 않으며 뒷면에 털도 없다. 신갈나무란 이름은 옛날 짚신의 밑바닥에 까는 창 대신에 신갈나무 잎사귀를 깔아 넣은 데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 떡드세요! 떡갈나무

떡갈나무는 참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나무로 크고 두꺼운 잎을 가지고 있다. 떡갈나무는 다 자라도 참나무 중에서 덩치가 가장 작고 계곡이고 산대기고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는 다른 참나무에 비하여 흔히 만나지지도 않는다. 우리 조상들은 흔히 새로 난 떡갈나무 잎에 떡을 싸서 쪄 먹었다. 그래서 ‘떡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도톰한 잎의 뒷면에 짧은 갈색 털이 융단처럼 깔려 있어서 떡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독특한 향까지 있다. 떡갈나무 잎에 살던 미생물이 살균 작용을 한다고도 한다.
 
     
2005.06.18 입력
산림청 정책홍보팀기자 < foanews@fo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