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땅의 참 주인/나무

분홍빛 부부애의 상징목, 자귀나무

두메풀 2005. 6. 30. 16:37
분홍빛 부부애의 상징목, 『자귀나무』
  
     
 

봄꽃이 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분홍 꽃을 만발하여 관심을 끄는 나무가 있습니다.
초여름, 주변의 초록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 나무가 바로 자귀나무입니다. 붉은 계열의 색깔이야 뜨거움을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자귀나무는 깊은 산속보다는 도심의 공원, 강변도로나 주택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고 모양도 훌륭해서 혹시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가 아닌가 싶지만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지내온 이 땅의 나무랍니다. 그 모양새 때문일까?
초록빛 잎새를 무성히 매어 달고 퍼지 듯 사방으로 드리운 가지며 그 끝에 매달린 꽃송이들은 야성의 싱그러움을 주면서도 그 개성미가 아주 멋져요.


■ 신혼부부도 질투할 자귀나무의 금실

식물의 이름은 제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는데 자귀나무는 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옛 은사님은 “혹시 잠자는데 귀신같아서 자귀나무인가?”하셨지만, 자귀나무는 밤이 오면 어김없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맞대고 잠을 잔답니다.

두 잎을 마주 닫고 밤을 보내는 이 특성 때문에 자귀나무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며 옛부터 신혼부부의 창가에 이 나무를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곤 하였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자귀나무 잎과 같은 복엽들은 작은 잎들이 둘씩 마주나고 맨 끝에 한 잎이 남는 것이 보통인데 자귀나무 잎은 짝수여서 잎을 닫을 때면 홀로 남는 잎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합혼수라 불리는 진정한 의미일 것 같습니다.

 
 
■ 콩과 식물의 자귀나무의 인상적인

자귀나무는 꽃이 유난히 인상적인데요, 소나기가 몰려간 뒤 청명한 하늘에 흰구름을 배경 삼아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은 한 가지에 스무개 가량의 꽃이 우산모양으로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룹니다. 윗부분은 분홍, 아래는 흰색인 꽃은 빛을 받아 마치 비단같은 화려함으로 신비를 더합니다. 수꽃과 달리 수수한 암꽃은 미처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곳한 망울들을 맺고 있답니다.


잎은 모양도 특이하고 이야기도 많습니다.
먼저 그 모양은 줄기마다 엇갈려 달리는 잎이 깃털모양으로 갈라지고 이 각각에 다시 원줄기를 향해 낫처럼 휜 작은 잎새들이 달리는 모양입니다. 잎의 중앙에 자리 잡아야 할 엽맥은 한쪽으로 치우쳐 잎의 양쪽 크기가 같지 않습니다.



자귀나무는 콩과, 미모사아과에 속하는데
닿기만 하면 움츠려 드는 미모사와는 달리 외부의 기계적인 자극이 아니라 빛이나 온도를 감지해 밤이면 잎을 닫아요. 바람이나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잎을 최대로 움츠려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죠. 또 영양분을 만들 수 없는 밤에 에너지를 발산하는 잎의 표면적을 되도록 적게 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콩과 식물답게 열매는 콩깍지 모양이고 10월이 되면 익는답니다. 모든 나무가 잎을 떨구고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면 이 자귀나무의 긴 열매가 바람에 부딪혀 달가닥거린다고 합니다. 이 소리가 거슬려 여설목(여자의 혀와 같은 나무)이라 불리기도 했답니다.

 
  쓰임새도 다양한 서민의 나무

예전에 자귀나무는 농사를 짓는 지표가 되기도 했데요. 자귀나무의 마른 가지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이제 늦서리의 우려가 사라졌다며 서둘러 곡식을 파종하고 싱그럽게 커가던 자귀나무에 첫번째 꽃이 필 무렵이면 밭에 팥을 뿌렸답니다. 하나 둘 터뜨린 꽃망울이 어느새 만발하면 농부들은 굽혔던 허리를 펴고 땀을 식히며 그 해 팥농사는 풍년일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흐뭇한 웃음을 남기기도 했데요. 이러한 자귀나무는 소가 무척 좋아해서 이 나무가 나즈막히 자라고 있으면 소는 어디든지 좇아가는데, 그래서 자귀나무를 소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데요. 농가에서 가장 소중한 소가 좋아하는 나무이고 보면 농부들의 눈에도 곱게 비쳤을 나무인 것입니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나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뜰에 심으면 미움이 사라진다고 했고 친구의 노여움을 풀기위해 잎을 따서 보내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현명한 아내가 단오날 자귀나무 꽃을 따다 말려 베개 밑에 넣어 두었다가 남편의 마음이 좋지 않을 때면 조금씩 꺼내어 술에 넣어 주곤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비단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떨어져서 조차 서로 잎을 맞대고 정겹게 노랑으로 물들어가는 자귀나무의 사랑과 말라서조차 그 향기를 잃지 않는 자귀나무 꽃의 한결같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제 알고서 만나는 자귀나무의 진한 사랑을 한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참고자료 : 이유미의 우리나무 백 가지 -
 
     
2005.06.29 입력
산림청 정책홍보팀기자 < foanews@fo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