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땅의 참 주인/나무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밤나무?

두메풀 2005. 6. 4. 11:56
이름부터 재미있는 너도밤나무 / 나도밤나무, 밤나무 맞아?
  
     
 

여름날 독특한 꽃의 향내와 가을날 토실토실한 알맹이로 우리의 어릴적 추억과 가난한 시절의 요긴한 군것질거리로 상징되는 나무중에 하나가 밤나무입니다.

국내의 여러지역에는 밤나무 특산단지가 있어 꿀과 밤 생산을 통해 상당한 농가소득의 효과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밤나무중에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일명 짝퉁 밤나무가 있어 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과연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존재는 하는가? 존재한다면 일반 밤나무와는 어떻게 다른가? 등....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았습니다.


■ 밤나무의 먼 친척뻘, 너도밤나무

너도밤나무
참나무과 Fagus multinervis Nak.

너도밤나무는 우리나라 육지에는 없고 오직 울릉도 성인봉의 높은 곳에만 자라는 특별한 나무다. 우리 땅에서야 울릉도로 밀려나 버린 비운의 나무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널리 자라고 쓰임새가 많아 이름을 날리는 영광의 나무다. 조그마한 세모꼴의 도토리를 달고 있어서 상수리나무나 떡갈나무와는 같은 집안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비슷한 열매를 달고 있는 밤나무와는 먼 친척뻘이다. 잎은 밤나무 보다 약간 작고 더 통통하게 생겼으니 전체적으로 밤나무와 매우 닮은 셈이다.
이 나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너도 밤나무처럼 생겼구나!’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울릉도 사람들은 하나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나무에 자연스럽게 너도밤나무란 이름을 붙였을 터이다.
너도밤나무는 잎뿐만 아니라 열매의 특징으로도 밤나무 무리의 유전자가 조금 섞였으니, 출세한 친척의 이름을 빌려 쓴 것에 대하여 이해해 줄만한 구석이 있다.

너도밤나무는 참나무과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는 20미터 정도에 달하는 음수로서 생장은 느리지만 거목으로 되며 많은 토양 수분을 요구하고 공중습도가 높으면 건조지에서도 견딘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물결무늬 톱니가 있다.

꽃은 일가화로 5월에 피고 새가지에 달리며 열매는 조그마한 세모꼴의 도토리모양으로 10월에 익는다. 세계적인 조림 수종이며건축재, 기구재, 선박재, 펄프재 쓴다. 울릉도 특산종으로 표고 300~900m에 분포하며 추위에 강하여 중부 내륙 지방에서도 생육이 가능하다.


 
 
■ 밤나무와는 남남인 나도밤나무

나도밤나무
나도밤나무과 Meliosma myriantha S. et Z.


나도밤나무는 너도밤나무와는 사정이 다르다. 비슷한 이름을 빌려 쓰고 있지만 족보를 따지고 들어가면 밤나무와는 옷깃 한번 스치지 않은 완전한 남남이다. 우선 콩알만한 새빨간 열매가 줄줄이 매달리는 점에서도 밤과의 인연을 더욱 상상할 수 없게 한다. 자라는 곳도 밤나무가 전국의 어디에나 가리지 않은 것과는 다르다. 나도밤나무는 남해안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지방에만 가끔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추운 곳으로 올라와도 만날 수 없다. (황해도 앞 바다까지 분포함) 다만 잎 모양으로는 진짜 밤나무보다 잎이 약간 크고 잎맥의 숫자가 조금 많아 언뜻 보아서는 또한 밤나무로 착각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한마디로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 잎의 생김새가 닮아있기는 하나 실제적으로는 전혀 다른 나무다.

그러나 나도밤나무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 깊은 산골에 가난한 부부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몇월 몇일까지 밤나무 1천 그루를 심지 않으면 호랑이한테 물려 가는 화를 당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 날부터 부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위에 자라는 밤나무는 모조리 캐다가 열심히 심었다. 그러나 999그루를 심고 마지막 한 그루는 아무래도 채울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산신령이 말씀하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어떻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에 조금은 엉뚱하게 율곡 선생이 밤나무 지팡이 하나를 들고 나타난다. 밤나무 골이라는 그의 호 율곡(栗谷) 덕분에 밤나무와 관련된 여러 전설에 그는 단골손님이시다. 선생이 가까이 있는 한 나무를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네가 밤나무를 대신하라고 이르시자, 이 나무는 냉큼 ‘나도 밤나무요!’하고 나선다. 호랑이 눈으로서야 그게 그것일 가짜 밤나무 한 그루를 마지막으로 채워 1천 주의 밤나무 심기는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그때까지 제대로 이름을 갖고 있지 않던 이 나무를 사람들은 나도밤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한다.
학명에서 보면 Meliosma 봉밀의 향기가 있다는 의미와 myriantha 많은 종류의 꽃이라는 뜻이다.

나도밤나무는 해안 또는 산골짜기에서 자라며 높이가 10m에 달한다. 줄기는 곧게 올라가며 나무 껍질은 갈색이고 작은 구멍인 피목이 많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 모양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은 둥글거나 쐐기 모양이다. 잎은 길이가 10∼25cm, 폭이 4∼8cm이고 가장자리에 예리한 잔 톱니가 규칙적으로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고 뒷면의 털은 검은빛을 띤 갈색이다. 잎자루는 길이가 1∼2cm이다. 꽃은 6월에 피고 백색이며 열매는 둥글고 9~10월에 적색으로 익는다.

 
2005.06.03 입력
산림청 정책홍보팀기자 < foanews@fo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