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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야에 5월의 대표적 수목으로, 백설 같은 흰 꽃과 진한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아까시나무이다. 회색빛 도시에 살면서 늘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인의 향수와 동심을 자극하여 잠시간이라도 추억에 젖어보게 하는 나무도 다름 아닌
아까시나무이다.
그만큼 아카시아는 한국인에게는 친근하고 정서적 풍요를 제공하는 대중적인 나무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근한 아까시나무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의 오류가 몇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구별이다.
■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는 다르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아카시아로 불리고 있는
나무는 북미산 로비니아속 나무로 실제로는 ‘아까시나무’로 부르는 것이 사실에 더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열대산의 아카시아속 나무인
아카시아와 북미산 로비니아속 나무인 아까시나무를 혼동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까시나무는 우리말의 정확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아가시나무, 아카시나무, 아까시아나무, 아가시아, 아카시, 아카시아 등 천차만별이다. 그 가운데 일반인들이
즐겨부르는 이름은 아카시아이다, 그런데 아카시아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식재된 로비니아(Robinia)속 나무가 아니고 아카시아(Acacia)속
나무 또는 그 한 종을 일컫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아까시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이다. 열대산의 아카시아 ! 이 나무가 바로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부르고 있는 아카시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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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에 흔한 로비니아(Robinia)속 나무를 편의상 "아까시나무"라 부르기로 한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1890년경으로 일본인이 중국으로부터 묘목을 구입해 인천지역에 심은 것이 최초이다. 1897년에는 인천 월미도에 조림한
적이 있다고 하며, 1907년에는 서울 백운동의 사방공사에 심어지기도 했으나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학계가 '소나무림의 선상에 아까시나무 등을 심어 송충이의 피해를 경감시켜야 한다'는 의견서를 내면서 아까시나무의 식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까시나무는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에 걸쳐 연료림용으로 무려 32만여ha나 조림되었다고 하니 봄이 되면 전국토가
아까시나무의 하얗고 누런 꽃으로 물결을 이루어 마음이 설렐 정도다. 그래서 추억도 많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이라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아까시나무의 꽃이 핀 과수원 길을 걷노라면 고향의 봄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가위, 바위, 보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아까시나무 잎을 하나씩 따내는 놀이도 생각난다. 그런가하면 아지랑이가 피어난 길을 걸으며
월화수목금토일을 외우고 그 요일의 잎을 따내던 어릴적의 추억도 잊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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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나무는 독나무인가 ? 꿀나무인가 ?
그렇지만 아까시나무는 마냥 고향의 봄이거나 봄의 꽃으로 기억되기에는 역부족인 나무인
듯싶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독나무인가? 꿀나무인가?’에 대한 논쟁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강토를
망치려고 몹쓸 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파내어도 파내어도 죽지 않고 자라나 밭이나 무덤주위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까시나무는
독나무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까시나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밀원수로 전체 꿀 생산의 8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양봉가들은 아까시나무에서 실패한 양봉은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결과가 된다고 역설하기도 있다. 이는 아까시나무가 꿀 나무임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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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는 우리 땅에도 우리 추억에도 없는 나무
결국
지금까지 편의상 불렀던 아까시나무가 정확한 나무이름조차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발음상의 문제와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열대산의 아카시아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카시아는 학명과 영문명칭이 똑같이 아카시아로 쓰고 있으며, 대부분 상록성이다. 전세계에 500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그중
400종 이상이 호주에 분포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아카시아 또는 아까시나무로 부르는 나무는 로비니아(Robinia)속
식물이며 북중미에 2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높이는 25m에 달하며 가지에 가시가 있고, 잎은 홀수 1회 깃꼴겹 잎이다. 꽃은 5∼6월에
흰빛으로 피지만 밑부분은 누런 빛이 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두 나무가 왜 이렇게 겹치기 이름이 붙어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1940년을 전후해 우리말 명칭을 정할 때 일본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일부분 인용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일본에서는 지난날 이 나무를
종명(pseudo-acacia) 또는 영문명칭(False acacia)과 일치시켜 니세아카시아 즉 가짜 아카시아라고 불렀으며, 우리 나라의
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여 아가시나무 또는 아카시나무라 이름하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현재 일본의 일반인들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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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과수원길'의 노랫말에 나오는
아카시아 꽃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카시아(Acacia)속 식물의 꽃이 아니라 북미산의 로비니아(Robinia)속 식물의 꽃을 일컫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기회에 잘못 알려진 아카시아를 아까시나무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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