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땅의 참 주인/나무

두 얼굴의 버드나무

두메풀 2005. 7. 14. 22:34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와 이별의 슬픔을 간직한 두얼굴의 버드나무를 아시나요?
  
     
  버들가지 늘어진 강변은 생각만으로도 상쾌합니다. 찌는 삼복에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가를 찾는데요, 그곳에는 버들이 있어 발길을 머물게 하고 버들의 그림자로 물은 푸름을 더하지요.
맑은 물과 빛깔 고운 버들, 게다가 매미소리라도 들리면 한여름 오후의 서정은 어느 때보다 즐길만 합니다.

버들은 세찬 바람에도 꺾이는 법이 없답니다. 엉클어지지도 않고, 오직 바람에 몸을 맡긴 녹색의 발입니다. 버들의 힘에 순응하는 자태를 보고 옛 선비들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알게 되었고,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중용(中庸)의 도를 배웠습니다.

누구나 버드나무를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들은 드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드나무만도 천안삼거리의 능수버들, 시냇가의 갯버들, 새색시 꽃가마 타고 가는 길에 늘어져 춤추는 수양버들 등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류만도 40종류가 넘지만
버드나무라는 독립적인 이름으로 존재하는 나무도 있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버드나무를 단순히 버드나무로 통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 하수도 곁에는 심지 마세요!

버드나무류는 모두 버드나무과 버드나무속에 속하는 활엽수이며 종류에 따라서 갯버들 같은 관목도 있고 버드나무나 왕버들 같은 교목도 있다. 백두산 꼭대기에서 자라는 콩버들 같은 것은 바닥을 기어 자라 키가 한 뼘도 넘지 못한다.

버드나무류는 제각기 잎 모양도 생태도 다르지만 물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버드나무류를 총칭하는 속명 셀릭스(Salix)는 라틴어로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이라는 뜻의 ‘리스(lis)'의 합성어이다. 예로부터 연못이나 우물 같은 물가에 버드나무류를 심어 두면 어울렸지만하수도 옆에는 심지 말라고 하였다. 물을 따라 뿌리가 뻗어 하수도를 막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어왔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버들은 동쪽에 심으면 잘 자란다. 서쪽에는 심지 않는 것이 좋다." 고 했다. 버드나무가 양수인 까닭에 볕이 잘 쬐는 장소에 심으라는 것 같다. 수질정화에 뛰어난 식물인 것을 알았는지 옛 정원의 연못가에는 어김없이 왕버들 몇 그루가 서 있다.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은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인데 버드나무는 새로난 가지 말고는 늘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은 가지 전체가 늘어 지며 수양버들은 적자색이고, 능수버들은 1년생 어린 가지의 색깔이 황록색이어서 두 나무는 쉽게 구분된다.

이 가운데 수양버들은 고향이 중국이다. 특히 양자강 하류에 많이 나는데 수나라의 양제가 양자강에 대운하를 만들면서 백성들에게 상을 주며 이 나무를 많이 심도록 권장했다. 그래서 이름도 수양버들이 되었다. 수양버들은 아름다운 풍치로 중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음은 물론이며 세계에 가로수로 널리 퍼져있다.



우리나라 거리에는 특히 능수버들이 많다. 늘어진 가지가 멋스럽고 특히 물가에 잘 어울려 가로수나 풍치수로 많이 심어 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봄에 날아다니는 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여 있던 나무마저 베어 버릴 추세이다.

 
  동양에서는 버들을 아름다운 미인에 비유, 이별의 슬픔도 간직한 나무

동양에서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강직하고 지조 있는 선비를 뜻한다면 버드나무는 미인에 비유된다. 세기의 미인이라는 오(吳)의 서시(西施)는 허리가 버들가지처럼 가늘었다고 한다. .

중국 여인의 호리호리한 허리를 유요(柳腰)라 한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가는 허리를 가진 미인의 애교 어린 몸짓을 유태(柳態)라 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버들 하면 여인이 떠오른다. 버들잎 같이 아름다운 눈썹(柳葉眉)을 가진 미인을 최고라 했다. 중국 무용의 특징이라면 긴소매를 나부끼며 조용히 움직이는 무용수의 동작이다. 가느다란 허리에 감기는 부드러운 비단 자락의 펄럭임을 최고의 운치로 여긴다. 그 몸놀림은 살랑대는 버들가지의 녹색 물결 그대로이다. 그래서 실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의 일렁임을 유랑(柳浪)이라 했던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에 대한 비유와 반대로 흉한 일에도 버드나무가 많이 쓰인다. 어머니나 할머니처럼 고인이 여자이면 상제들은 버드나무나 오동나무 지팡이를 상장으로 썼으며, 시체를 염할 때 저승길의 양식이라고 불린 쌀을 입에 넣어 줄 때에도 버드나무로 만든 숫가락을 쓴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버드나무 가지는 이별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남녀간에 길을 떠나며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는 풍속이 있으며 이를 절류지라고 한다.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갯버들, 왕버들

버드나무류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갯버들과 왕버들이다.

갯버들은 봄이 오는 시냇가에 회색 솜털 같은 겨울눈을 달고 있다가 형형색색의 꽃술을 터뜨리며 피어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키가 크지 않는 관목이어서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흔히 버들강아지 또는 버들개지라고 부르며 꽃꽂이를 하기도 한다. 또한 어린 시절, 적당히 굵은 갯버들 가지를 잘라 껍질을 틀어 만들어 불던 버들피리의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갯버들에 매달린 버들개지가 꾸덕꾸덕 여물어 갈 때쯤이면 날로 먹을 수도 있다. 다 익은 것은 섬유질이 생겨 못 먹고 덜 익은 것은 몹시 쓰다. 적당하게 미숙된 것을 따 입에 넣고 씹으면 달착지근하여 먹을 만하다. 북극의 툰드라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이 가장 먼저 따먹는 것이 버들개지이다. 강변의 지면에 붙은 낮은 버들에서 몇 개씩 붙은 버들개지를 따 생으로 먹거나 튀김을 해 먹는다. 중요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왕버들은 아주 튼실하게 자라 위풍당당하고 투박하여 다른 나무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인다. 게다가 새순이 올라오면서 불을 붙인 듯 빨간색이어서 아름답다. 대부분의 버드나무류는 빨리 자라지만 수명이 짧은데 이 왕버들만은 오래 살아 곳곳에 정자나무로 남아 있으며 그래서 노거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한다.

버드나무류는 기르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어 각기 버드나무 종류마다 그 모양과 특성에 맞게 심어 가꾸면 된다.

 
 

출처 : 이유미박사 "우리나무 백 가지" , 생명의나무사이트
편집 : 조시내(foanews@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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