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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성급하게 잎새를 내미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다른 나무에 잎이 새파랗게 돋아도 꿈쩍도 않고
겨울 가지를 그대로 달고 있는 나무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추나무는 늦봄,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초여름이나 되어야 겨우 잎이 돋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게으름을 피우는 양반에 빗대어 대추나무를 양반나무라고도 합니다.
"귀한 자식은 매 하나 더 주고, 미운
자식은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귀한 자식일수록 강하게 키워야한다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말입니다. 가을의 문턱인 9월이 되면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대추나무에는 붉은
대추가 주렁주렁 달리게 되는데요, 제례에 사용하는 삼색과실(三色果實)로서 귀중한 열매를 생산하는 대추나무는 마당에 꼭 한 그루씩은 심고 귀하게
여겼던 나무였답니다.
하지만 귀한 나무라고 하여 반드시 귀하게만 키우지 않았습니다.
속담에『염소는 대추나무에 매두어야 한다』 또는 『대추나무의 열매는 장대로 때려서 따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게으르지 않게 자극을 주어
많은 열매를 달리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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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시집을
간다구요?
대추나무는 시집도 갑니다. 사람들은 대추가 많이 달리기를 빌면서 ‘나무
시집보내기’를 합니다. 설날이나 단오에 과일나무의 Y자로 벌어진 가지 틈에 남근을 상징하는 돌을 끼워 두면 그 해에
과일이 많이 열린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굵은 돌을 끼워 두면 가지의 줄기 둘레가 커지면서
나무껍질이 눌리게 되므로 광합성에 의해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분들이 줄기나 뿌리로 가는 것을 방해받게 되고 다른 곳으로 가기 어려워진 영양분들은
결국 열매 맺는 데로 가게 되니, 더 굵고 더 많은 열매가 달리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환상박피(環狀剝皮)라 해서 나무껍질을
도넛처럼 동그랗게 벗겨 내거나, 가지에 강철로 만든 가락지를 끼워 두어 과일이 많이 달리게 하는 것 등이 다 여기서 나온
방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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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알만 있으면 한 끼로 거뜬...
갓
결혼한 신랑신부가 폐백을 드릴 때 시부모가 신부의 치마에 아들, 딸 많이 낳으라고 대추를 던집니다. 이것은 폐백음식에 있는 대추와 밤이
자녀를 상징하는 것으로 대추는 씨가 있어서 아들, 밤은 씨가 없고 매끈해서 딸을 의미한다고 믿었습니다. 혹은, 대추는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야 떨어지는데 이것을 인간에 비유해, 사람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자식을 생산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나무에 달리는 열매 중에 대추만큼 쓰임새가 두루 미치는 열매도 없는 듯 합니다. 설기와 증편을
비롯한 떡, 절기에 따라 특별히 만들어 먹는 별식, 그리고 찰밥, 십전대보탕 등 대부분의 탕제에는 대추가 빠지지 않습니다. 또한
대추는 약재나 과일 외에 구황식물이나 군대 식량으로도 쓰였는데 ‘대추 세 개로 한 끼
요기를 한다’라는 옛말은 대추의 다양한 쓰임새와 영양분을 비유해 붙여진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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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맞은 대추나무는 귀하신 몸
또한
옛부터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부적을 지니면 불행을 막고 병마가 범접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벼락을 맞을 때 번개의 신이 깃들여져 잡귀와 역귀를 달아나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할
말이지만, 벼락을 맞는 것과는 상관없이 대추나무는 크기가 비슷한 세포가 고루 분포하고 세포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질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회양목과 함께 도장나무로는 제격입니다.
대추나무는 북한의 아주 추운 지방 외에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는, 잎 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둘레가 거의 한아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무껍질은 진한 갈색이며 세로로 갈라집니다. 가지는 한 군데에서 여러 개가 나오며 일부가 떨어지고 긴 가시가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타원형으로 갸름하면서 윤기가 있습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으며 아랫부분부터 3개의 큰 잎맥이 발달합니다. 오뉴월에 피는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연한 초록빛이며 잎겨드랑이에 2~3개씩 모여있습니다. 열매는 육질이 두껍고 가운데 단단한 씨가 1개씩 들어
있으며, 모양이 타원형이고 붉은 갈색으로 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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