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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풍상을 겪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척박한 땅에서 풍상과 싸워온 그 아픈 흔적을 소나무만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나무도
없다. 실제로 소나무는 건조하거나 지력이 낮은 곳에서 견디는 힘이 강하다. 비탈지고
산성화되고 암질의 자갈땅에서는 낙엽활엽 수종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으나 지력이 좋고 토양습도가 알맞은 곳에서는 오히려 밀리고 쫓는
나무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한
소나무
소나무는 평생에 걸쳐 한 번도 화려한 꽃을 피워본 적은 없지만 풍상에
시달릴수록 오래오래 사는 나무다. 끝없는 외침과 폭정의 역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신을 지키며 의연하게 살아온 한국인의 역사
그대로다. 그래서 반도의 운명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과 척박한 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나무는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따라서
꽃으로 친다면 무궁화요 나무로 치면 분명 한국인은 소나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한국인은 태어날 때, 대문에 단 금줄의 소나무 가지에서 시작해, 죽을 때는 소나무의 칠성판 위에서
끝난다. 또한 죽고 난 뒤에도 무덤 주위를 둘러싼 도래솔(무덤가에 둘러심은
소나무)로 그 관계를 이어간다. 왕이 사는 궁궐을 지을 때는 물론이고 사후에 쓰일 그 관재(棺材) 역시 잘 키운 소나무여야 했다.
위로는 왕실에서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소나무 없이는 살지 못한 것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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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사상 속의
소나무
소나무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정화의 기능을 발휘했다.
따라서 소나무 가지는 부정을 물리치고 제의(祭儀) 공간을 정화해 주는 구실을 한다 하여 출산 때나 장을 담글 때 문앞에 치는
금줄에도 숯, 고추, 한지와 함께 솔가지를 꿰었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도 탈 없이 견뎌내는 나무 곧,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가르켜 우리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소나무는 옳다고 믿는 주의나 주장을 굳게 지켜 바꾸지 않는, 이른바
절조(節操)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와 문장에 많이 등장한다.
또한 한국의 지성인들에게 소나무는 도를 터득하는 매개체였다. 소나무가 아닌 겨울나무에 눈이 쌓인들
볼품이 있을 리가 없고 푸른 솔잎을 스치는 소리가 아니면 신령스러운 소리가 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율곡은 창밖의 겨울 소나무를
보면서 우주의 참모습을 깨달았고, 신령스러운 솔바람 소리에서 이(理)와 기(氣)의 작용이 하나인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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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속의
소나무
소나무의 생태적 상징성은 문학의 단골 소재요, 그 대상으로 채택되어 왔다. 따라서 식물 중
문학의 소재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소나무이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선비들의 시재(詩材)로 소나무가 더욱 빈번히 등장한다.
선비의 시 속에 묻어있는 풍치, 송월, 탈속, 절조, 충절 등의 상징들은 소나무의 생태에서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성삼문은 12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의 운명을 예견하고 소나무의 절의와 학의 고고함을 빌려 순절하려는 의지를 이미 시에서 밝히고「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 되었다가 /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라는 시로 자신의 충절을 읊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소나무가 선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황해도 해주의 유생 박준한과 애틋한 사랑을 엮어 온 솔이라는 기녀는 자신의 지조를 낙락장송에
빗대기도 하였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과거에 급제해 당당한 장송이 되어 돌아올 것을 훈계한 단가를 읊었는데, 「솔이 솔이라 하나
무슨 솔로 여기느냐? / 천길 절벽에 낙락장송 같은 나로다 / 길 아래 초동아 낫인들 걸어볼 수 있으랴」라는 글로 땔나무를 하는 초동의 무딘
낫은 전혀 베어 갈 수 없는 자신의 고귀한 기품과 지조의 이미지를 낙락장송에 빗대어
표현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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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속의
소나무
소나무는 화가의 그림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재탄생했다. 사찰의 삼성각이나 산신각에 있는 ‘산신도’를 보면
백발노인과 그를 호위하듯 앉아 있는 호랑이, 그리고 그림의 배경으로 소나무가 등장한다. 우리가 산신도에서 주목하는 것은 산신(백발노인)의 뒤에
서 있는 노송이다. 산신도에서는 소나무 이외에 다른 종류의 나무가 등장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산신도의 소나무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핵심소재이기 때문이다. 즉 산신도의 소나무는 우주목의 성격을 지닌 신령스러운 나무의 상징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그림으로 대표적인 작품 중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있다. 이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는 유교적 윤리 규범에 조응하는 소나무다. 이 그림은 스산한 겨울 분위기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모습을
빳빳한 갈피로 그린 것인데, 그림의 소나무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지조와 절의의 상징형으로 탈바꿈되어 사람이 곤궁과 환난에 처하더라도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지조를 바꾸지 않는 것이 군자의 도리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화에서는 장수의 상징물로, 자연 속에서
은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소나무를 탈속과 풍류의 상징으로 즐겨 다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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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소나무는 꼭 옮겨 심어야 한다면 막걸리를 며칠 동안 먹여야 한다. 한국사람의 체질에 맞는 술이 막걸리이듯이 소나무가 생명을 부지하는 수단으로 막걸리를 선호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치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방식은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2004년 11월, 서울 강북구는 국내 유일의 도심속 소나무 군락지인 우이동 솔밭공원 소나무 1000여그루에 막걸리를
주는 ‘나무가꾸기 행사’를 열었다. 막걸리에 함유된 영양소를 공급, 소나무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서다. 소나무 막걸리 주기는 소나무 가지 너비와
비슷한 뿌리 주변에 구덩이를 판 다음 막걸리 지게미(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술찌꺼기)와 물을 3대 1의 비율로 섞어 부은 뒤 파낸 흙을 다시
덮어주는 방식이다. 오래된 소나무에 막걸리를 주어 기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예부터 전해오는 고목의 민간요법으로 막걸리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 아미노산, 유기산과 각종 미네랄이 오래된 나무의 기력을 회복시키고 생육을 돕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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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소나무재선충병은 0.6∼1㎜ 크기의 머리카락 모양 재선충이 나무조직 내에 살면서 소나무의
수분이동 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키는 병으로 일단 감염되면 치료방법이 없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지난 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첫 발생한 이후 갈수록 확산, 올해는 경북 안동까지 북상하며 백두대간을 위협하고 있어 국내 산림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하여 지난 9월1일부터 시행, 재선충병 북상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 소나무반출금지구역 지정 및 소나무류 이동제한(제9조 및
제10조)
- 시장·군수·구청장은 피해지역 읍면동 단위로 ‘반출금지구역’ 지정 - 반출금지구역, 연접지역에서의
감염목 이동제한 및 판매·이용금지 - 이동제한 규정 위반에 대한 벌칙강화(벌금 200 - 1,000만원)
2. 피해지역 산림관리(제12조)
- 피해지역에서 소나무류 조림 및 육림 제한 -
감염목 벌채후 일정기간(3년) 내에 의무조림토록 함
3.
단속(제13조)
- 재선충병 발생지역을 대상으로 소나무류 취급업체에 대한 주기적 점검 실시, 취급업체는 소나무류
생산·유통에 관한 자료 비치
4.
양벌규정(제19조)
- 소나무류의 이동제한 위반, 감염 소나무류 유통·판매를 할 경우 개인뿐만 아니라 소속하고 있는
법인에 대하여 동일한 벌금 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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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중일 문화코드읽기 | 소나무 (노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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