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 희망세상/우리말 사랑

[우리말] 만개하다 - 일본식 한자말들...

두메풀 2013. 4. 5. 08:55

사랑의 도시 춘향골 남원에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


님과 함께 걸어봐요.


(우리말 공부: 만개는 일본식 한자말이예요.)

 

 

 

 

 

 

--- 아래는 성제훈님이 날마다 보내주는 우리말 편지입니다. ---

 

 

안녕하세요.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네요.
이 비를 먹은 풀과 나무들이 더욱 힘을 내서 푸름을 자랑하겠죠?
저는 집에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고 나왔는데, 이슬비라서 맞을만하더군요.
봄비라서 기분도 좋고요. ^^*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이 좀 더 올라갈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못 핀 꽃들도 앞다퉈 필 겁니다.

오늘은 꽃이 활짝 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꽃이 여기저기에 많이 핀 것을 두고 '만개'라고 합니다.
일본말 만개(滿開, まんかい[망가이])가 아니라 활짝 핀 것입니다.

봄에는 나무를 심을 때 삽목한다고 합니다.
일본말 삽목(揷木, ←揷し木(さしき)[사시끼])이 아니라 쉬운 우리말 꺾꽂이입니다.

저는
'봄꽃 만개'보다는 '봄꽃 활짝'이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좋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이왕이면 한자말이 아닌 순우리말이 좋습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만발? 활짝 핌!]

오늘도 토요일이라 좀 늦게 나왔습니다.
나오다 보니 여기저기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마치 솜을 한 자밤씩 나뭇가지에 올려놓은 것처럼 멋있게 피었습니다.

이렇게 꽃이 활짝 핀 것을 '만개(滿開)'라고 합니다.
주로 언론에서 그렇게 떠듭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됩니다.
특히 언론은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활짝 핌'이라고 다듬어 놓은 낱말을 왜 굳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쓰는 낱말 하나하나는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론이 중요한 겁니다.
언론의 힘만 믿고 언죽번죽 떠들면 안 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죠.
권한이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법입니다.

저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 만개'보다는
'여의둑길 벚꽃 활짝'이 훨씬 좋은데,
여러분은 어때요?

며칠 전에
어떤 책을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소개하는 글을 하나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래에 붙입니다.




나는 일본말을 무척 싫어한다. 내가 일본말을 싫어한다고 하면 “그건 자격지심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 세계화 시대에 일본말과 한자를 배척할 필요가 없다고 핏대를 세운다. 한 술 더 떠, 영어는 잘도 쓰면서 일본말을 싫어하는 것은 일본이 우리를 지배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똑같다. “내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일본이 우리를 강제로 지배했고, 그 시기에 우리 민족혼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말에는 그 나라 민족 혼이 들어 있다.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우리 이름을 못 쓰게 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넋을 없애고자 그랬던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일본말찌꺼기를 쓴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혼을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고 지금도 옳다고 생각해 꾸준히 하는 말이다.

“빠꾸와 오라이”라는 책은, 일제 강점기 이후에 태어난 글쓴이가 자기도 모르게 일본말을 쓴 것을 반성하는 책이다. 자유가 없는 교도소에 있으면서 차분하게 스스로 돌아보며 자기가 쓴 말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동생에서 쓰는 편지 형식을 빌렸지만 자기 자신의 뼈아픈 반성과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 있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는 말과 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말과 글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일본말찌꺼기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더럽혀진 채 학생들까지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일본의 더러운 영혼과 함께 사는 것이다.

글쓴이는 '언어란 것은 어차피 역사의 부침 속에서 인접한 다른 언어로부터 끊임없이 간섭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간섭을 받더라도 주체가 올바로 서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먼저 내 안에 녹아 있는 일본어의 잔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외래어들이 나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늠해 보고 그들의 문화와 우리 것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 이 책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직도 우리가 쓰는 일본말찌꺼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은 우리 후손은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역사의 충고다.
일본말뿐만 아니다. 한자와 똑같은 뜻의 우리말이 있다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야 우리의 영혼이 맑아진다. 그래야 우리 넋이 꿋꿋하게 설 수 있다.

매일 아침 엄마가 해 주신 계란찜을 먹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건강하듯이, 이 책을 열심히 읽어 일본말이 뭔지 알아야 왜곡된 생활과 정신을 정립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 중에 일본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제대로 알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아니, 아니다. 다시 하자.
날마다 엄마가 해 주신 달걀찜을 먹고 푸성귀를 많이 먹어야 튼튼하듯이, 이 책을 열심히 읽어 일본말이 뭔지 알아야 삐뚤어진 삶과 넋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낱말 가운데 일본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제대로 아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벚꽃 이야기]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에서 벚꽃 이야기가 자주 나오네요.
벚꽃 축제, 만개, 만끽...
저라면 축제를 안 쓰고 잔치나 한마당을 쓰겠으며,
만개라고 안 하고 활짝이라고 하고,
만끽이라 하지 않고 맘껏 즐긴다고 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축제를 잔치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고,
만개는 활짝 핌으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왜 언론에서는 축제와 만개를 쓸까요?
언론에서 그렇게 쓰니 우리 같은 사람이야 마땅히 잔치보다 축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활짝 핌보다 만개가 귀에 익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의 우리말123 <jhsung@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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