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생활

구상 -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두메풀 2013. 1. 1. 11:56

 

오랜만에 성탄절 전야 자정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말구유에서 태어나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 당신의 삶을 다시 새깁니다...

[아래 사진 - 남원 쌍교동성당,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

<아래 글 - 매일미사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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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

구상 시인이 나이 쉰을 넘어 쓴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저도 이제 성탄을 쉰 번도 넘게 맞이했습니다. 구상 시인의 이 시는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 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 /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 그 무한한 사랑 앞에 /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있어 /

'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 /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 /

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 귀먹어 지내고 있습네. //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 십자가로 완성하신 /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 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습네. //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여도 /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



시인의 고백처럼 우리는 성탄을 수없이 맞이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떠한 예수님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따라 성탄의 의미는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처지를 헤어리시어 가장 높은 분께서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신 그 크신 사랑에 고개 숙여 경배드립니다.

- 출처 "매일미사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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