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가위 명절을 맞아서
‘차례의 의미와 불교식 차례’에 대한 말씀을 좀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애요. 먼저, 차례의 의미부터 말씀을 좀 해주세요.
[답] 본래 우리나라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낼 때 차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차례”란 말을 사용한 것입니다.
신라 경덕왕 때 충담스님이 미륵부처님에게 차를 다려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이후 큰 스님의 탄신일에는 차를 올렸습니다.
이를 다례(茶禮)라 합니다. 그리고 이 풍습이 내려오면서 일반 유교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모든 예식절차에 육법공양의 차를 함께하는 행사가 많았습니다.
또 조선시대에도 율곡 이이 선생이 쓴 격몽요결이라는 책에도
제사상에 차를 올리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5. 그런데 요즘은 차 대신 술을 올리잖아요.
왜 갑자기 차에서 술로 바뀌었을까요?
[답] 네~ 지금은 사찰을 제외한 일반 사람은 차 대신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국가경제와 일반 백성들의 살림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영조가 왕명으로 비싼 차대신 술이나 뜨거운 물(숭늉)을 쓰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집안이 넉넉한 사대부 집안에서는
계속 차례 제 때 계속 차를 사용해 왔습니다.
둘째 우리가 일제 36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받아 왔는데
일본에서는 제사 때 술을 올리는 풍습이 있으므로, 우리고유의 전통
문화를 말살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풍습인차 술을 올리게 강요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광복 된지 76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조상님에게 차 대신 술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차 가격이 아주 저렴해 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전통을 민족 전통을 다시 살려 [차례]의 고유 명칭대로 조상님들께 술 대신 차를 올려야 하겠습니다.
6. 술을 올리면서부터 음복이라는 걸 하잖아요.
예전에 차를 올렸을 때는 차를 나눠 마신 건가요?
[답] 네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차를 대단히 귀하게 여겨서
며느리가 들어왔을 때 사람됨을 알아보는 데에도 차를 썼다고 합니다.
즉 며느리의 솜씨로 직접 달인 차를 조상의 사당에 올리고, 그 차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나눠 마시는 것을 고묘(告廟) 또는 묘견례(廟見禮)에서의 회음(會飮)이라 했다.
그것이 오늘날 제사 후 술을 조금씩 마시는 음복(飮福)문화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5천년 역사와 문화민족임을 자랑해온 우리가 차례에서 차를 빼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차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것이 민주적인 현대사회에서 가족 구성원 중 어느 개인의 의견대로만 해서는 안 되므로 가족회의를 통해 의견을 일치해서 차를 꼭 쓰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불교인이든 아니든 전 국민이 차를 써야 할 것으로 봅니다.
7. 사찰에서는 예불을 올릴 때 청정수를 올리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절에서는 지금도 제사 때 차 대신에 청정수를 올립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예불을 올릴 때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 봉헌 삼보전”라는 다게를 외웁니다.
이는 “내 이제 삼보님전에 청정수를 감로차로 바꾸어 올립니다.”라는
뜻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조상님들에게 “차례(茶禮)”올립시다.
차가 준비가 안 되시면 차 대신 깨끗한 물을 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조상님들을 술 취하게 하지 마시고
청정한 마음으로 극락왕생하시도록 차나 청정수를 올립시다.
8. 불교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애요.
먼저 위패 쓰는 법부터 좀 알려주세요.
[답] 네 일반 가정에서 위패(지방)를 쓸 때는
관직이 없는 아버지의 경우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어머니의 경우는 '현비유인(본)(관)(성)씨신위(顯孺人本貫姓氏神位)'로
씁니다.
유인은 본래 종9품 벼슬을 한 이의 부인을 일컫는 내명부의 직위인데 돌아가신 분께는 올려서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선망한 아버지의 경우에는
'선엄부(본)(관)(성)공(이)(름)영가(先嚴父本貫姓公이름靈駕)'라고 쓴다.
아버지를 엄부(嚴父)라 하고 어머니를 자모(慈母)라고 합니다.
아주 더 불교적으로 하면
‘선엄부 청신사 본관 성공 이름영가’라고 할 수 있다.
(예 : 先嚴父 淸信士 金海 金公 成道 靈駕)
또는 남자는 后人을 사용해서 예`를 들어 先嚴父 淸信士 金海 后人 金公 成道 靈駕)로 하면 됩니다. 이때 돌아가 가신 분이 여자이면 后人대신 유인(儒人)을 사용합니다.
불교식으로 선망 어머니의 위패를 쓸 경우는
남자는 청신사, 여자는 청신녀란 표현을 합니다.
예를 들면, 先亡 慈母 淸信女 밀양 儒人 박정례 영가)로 쓰면 됩니다. 이름대신에 법명을 자주 썼다면 법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때 법명은 유인 바로 다음에 쓰면 됩니다.
이때는 청신녀를 빼고 쓰면 됩니다.
예를 들면 先亡 慈母 밀양 儒人 보리심 박정례 영가
9. 차례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차려야 할까요?
[답] 네 좋은 질문입니다. 차례상은 각 가정에서 준비한 대로 차리되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정신에 따라 고기와 생선은 가급적 덜 쓰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순서는 유가에서 홍동백서(紅東白西=동쪽은 붉은 것, 서
쪽은 흰색)니, 두동미서(頭東尾西=고기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니,
조율시이(棗栗柹梨 대추, 밤, 감, 배)니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만
조상님이 맛있는 것부터 잡수기 좋도록 진설하면 됩니다.
불교식 제사상 차리는 법을 소개하면
상의 맨 앞줄로부터 즉 유족들이 있는 곳에서부터 차례로
(1) 제 1열 : 과일과 과자
(2) 제 2열 : 나물류와 식혜
(3) 제 3열 : 채소와 탕류
(4) 제 4열 : 전과 송편과 차
(5) 제 5열 : 메(밥) 갱(국)을 진설합니다.
그런데 상이 좁은 경우는 위 순서를 겸해도 됩니다.
이때는 제 1열에는 과일, 과자류
제 2열에는 나물, 채소류, 전과 송편
제 3열에는 메(밥), 갱(국), 식혜
이 순서는 영가가 살아 계실 때처럼, 드시기 편한 순서대로 배열한
것입니다.
9. 각 가정에서
불교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바른 절차를 좀 알려주세요.
[답] 네~보통 가정에 있는 불자님들이 집에서 불교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위폐를 모시고
[2] 차례 상을 다 차려놓은 후
(1) 미타거불(彌陀擧佛):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는 의식입니다.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 (큰절)
나무 좌보처 관세음보살 (큰절)
나무 우보처 대세지보살 (큰절)
(2) 다게(茶偈): 차를 올릴 때하는 게송입니다.
시방삼세 부처님과 청정 미묘하신 법과
삼승사과의 해탈 얻으신 승가에 공양하오니
자비롭게 감응하여 주십시오. ①
(3) 청혼(請魂): 조상님 영가를 모시는 의식입니다.
금일 --- 영가시여 저희들이 모시는 (추석, 설)차례 또는
(기제사)에 오셔서 감응하여 주십시오.
(차를 올리고 재자들 모두 큰 절 3배) ②
(4) 공양: 공양을 올리는 의식
저희 자손들이 (계, 정, 혜, 해탈, 해탈지견의) 5분향을
공양하오니 자성의 큰 지혜를 발하고 반야의 밝은 등을 켜서
3계의 어둠을 밝히소서.
조주스님의 맑은 차를 드리오니 목마름을 아주 없애소서. ③
선계의 진품과일을 올리오니 맛보소서.
진수를 올리오니 허기를 영원히 없애소서.
오늘 --- 영가께 올린 모든 진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요
저희들의 작은 정성이오니 맛있게 잡수소서.
(잠시 쉬면서 조상님을 추모하는 담소 시간을 가짐)
(5) 보공양진언:
(조상님과 다른 영가께 모두 널리 공양되도록 하는 진언)
옴 아아나 삼바바 바아라 훔 (3)
(6) 보회향진언: (마무리하는 진언)
옴 사마라 사마라 미마나 사라마하 자가라바 훔 (3)
(7) 발원: (원을 세우고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생각을 키웁니다.)
오늘의 공양으로 진리를 깨달아
아미타부처님의 국토인 극락세계에 태어나시고
저희들이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으로 올바르게 살고
깨달음을 얻는 길로 이끌어 주소서.
나무아미타불(10념)
(큰절 3배후 헌식하고 그릇의 뚜껑을 닫고 위패를 사른다.)
- 헌식이란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조금씩 덜어서
문 앞에 시식 돌 위에 음식을 차려, 주인 없는 불쌍한 영가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것을 말합니다.
10. 처음부터 이 절차대로 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조금 더 간소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답] 네~ 이 절차는 자세하게 아시려면 다음카페 개운선원 공지 란에 “불교식 차례지내는 법”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어린이도 있고 처음으로 하려면 쑥스러운 것도 있어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때는 정성껏 상차림을 해 놓고
후손들이 모여서
“조상님 어서 오십시오...하고 큰 절 하고
조상님 맛있게 드십시오....하고 큰 절하고
조상님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큰 절해도 좋다고 봅니다.
다만, 제대로 또는 불교식으로 하고 싶을 때는 위와 같이 하면 됩니다.
정토사(개운선원) 정인합장_()_
- 2011년9월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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