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이야기[10]지금 지리산이 통곡하고 있다! -지리산댐, 케이블카, 지리산면(面)... |
글쓴이 | 서광석(남원생태학교) | [2012년7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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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지리산 – 지리산면(面), 케이블카
이곳 남원의 큰 자랑은 지리산이다. 남원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만 가면 지리산의 품에 안길 수 있으니 참 복 받은 곳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면적이 국립공원 중 가장 넓으며, 이 안에 3개도(전라남·북도, 경상남도), 1개시,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다. 이 넉넉한 품 안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서려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15개 읍·면을 거느린 지리산이 요즘 참 괴롭다. 먼저 경남 함양군 마천면을 '지리산면(面)'으로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나머지 4개 시·군은 “절대 안 돼”를 외치고 있다. 자칫하면 지리산 자락 5개 시·군 모두에서 지리산면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남원시 지리산면, 산청군 지리산면…. 생각만 해도 쓴웃음이 나온다. 우리 민족 모두의 공적 자산인 지리산을 어찌 특정 시·군에서 선점·독점한 단 말인가. 돈이 될 것 같으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모습에서 자본주의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본다.
[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신청 상황
지방자치단체 노선 길이 전북 남원시 고기마을~정령치 3km 전남 구례군 지리산온천~성삼재 2.7km 경남 산청군 중산리~장터목 4.5km 경남 함양군 청암산~제석봉 3km
둘째, 각 지자체에서 서로 앞 다퉈 지리산에 케이블카(삭도)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자연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삭도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삭도 건설·운영은 생태 외에 경관을 훼손시키고, 운영업자만 배불린다”고 주장한다. “특히, 탐방로·등산로를 폐쇄하는 대신 삭도를 건설해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지자체의 주장은 도보 등산이 대세인 국립공원 이용 행태와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조만간 지리산권과 설악산권에서 1곳을 시범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은 “10년간 논란이 되었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불과 3개월 만에 끝내려고 한다” “졸속 추진, 졸속 결정, 졸속 행정의 표본을 환경부가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지리산댐
셋째, 정부는 지리산 자락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용유담 하류 3.2km 지점)에 문정댐(이하 지리산댐)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지리산댐은 1999년 추진되다가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반대운동으로 취소된 후 몇 년 주춤했다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드러난 지리산댐의 실체는 국내 최대 규모다. 먼저 그 높이가 50층 빌딩 높이와 비슷한 141m다. 단연 국내 최고 높이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평화의 댐(125m)과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123m)보다도 높다. 또 길이는 896m나 되는데 진주 남강댐(1,126m)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길다. 총 저수량은 1억7천만t이고 유역 면적은 370㎢에 이른다. 지리산댐이 지어지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남원의 실상사 1.7㎞ 아래까지, 경남 함양군 휴천면·마천면 일대는 4.2㎢가 수몰된다. 이에 따라 주민 289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주변지역의 기후를 변화시켜 주민 생존권을 위협한다. 함양에서 남원을 잇는 지리산 도로 11.2㎞도 물에 잠겨 끊기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과 반달곰의 이동통로 일부도 수몰된다. 문화재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지리산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한다. 그 중 하나, 아름다운 계곡 안에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룬 용유담이 물에 잠기게 된다. 문화재청도 용유담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명승’으로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 지리산댐 건설과 맞물려 주춤하고 있다.
홍수조절 효과 없는 지리산댐
그런데 왜 지리산댐을 만들려고 할까? 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댐은 홍수조절 전용댐이 아니라 ‘연중 9,000만 톤 이상의 물을 담아 두는, 즉 그만큼의 상시적인 용수확보를 전제로 하는 다목적댐 건설계획’인 것을 밝혀졌다. 홍수조절을 하려면 평상시에는 댐을 비워두는 것이 상식 아닌가. 또한 진주 남강댐 역시 집수면적이 넓고 접시형으로 되어있고 지리산댐 예정지는 이 남강 유역의 최상류이다. 따라서 지리산댐으로 인한 남강댐의 홍수조절 효과는 5%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미하며, 낙동강 본류로 따져본다면 홍수조절효과는 0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리산댐이 홍수조절용이라는 주장은 겉포장일 뿐이라고 불교계와 시민사회는 주장하고 있다. 사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취수원이 거의 다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부산사람들을 위해서 5개 댐을 만드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리산댐이다. 즉 부산사람들의 식수원이다. 그런데 5개 댐 다 합해도 물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결국 이곳의 댐은 일단 지어놓고 다음에 댐을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계획으로는 실상사가 안 잠기지만 현재 계획보다 2~3m만 더 높이면 실상사를 포함한 남원시 산내면 대부분이 수몰될 것이다.
낙동강은 맑아야 한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낙동강에서만 10억 톤의 물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2011년이면 낙동강 수질이 상당히 개선된다고 했다. 그런데 왜 풍부한 낙동강 물을 두고 남강댐과 지리산댐에 목을 매는가. 이는 정부 스스로 ‘낙동강 살리기는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지금 서둘러 해야 할 일은 경남 부산권의 먹는 물 확보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며, 그것은 낙동강 상수원 보전과 수질개선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7년도에만 부산, 대구, 경상남북도에서 급수 중 잃어버린 수돗물만 2억4천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누수를 막는 것부터 해야 한다. 아무리 물이 많아도 수질이 나쁘면 소용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량이 아니라 수질이 중요하다. 수자원공사는 지금이라도 당장 수량확보정책을 수질관리정책으로 전환하고, 부산경남권 주민들이 먹는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낙동강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
지리산을 편하게 그냥 두라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지리산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등재될 경우 지리산은 한국에서 유일한 세계복합유산이 된다. 예로부터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었다. 지리산은 주봉인 천왕봉(1,915m)을 비롯해서 1,500m가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구름 위에 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감에 젖는다. 매년 30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아와 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갖는 소중한 곳이다. 또한 한없이 깊고 넓은 품안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을 담고 있는 거룩한 생명의 산이다.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지리산이 사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이 지리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제 제발 어머니 같은 지리산을 편하게 그냥 두어라. 지금 지리산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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