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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전북 2012년5월호] 24절기는 음력? 양력?

두메풀 2012. 8. 14. 21:29
자연과 생태이야기[8] 24절기는 음력? 양력?
글쓴이 서광석(남원생태학교)    [2012년5월호]   

24절기는 음력? 양력?
-윤달을 보내면서 달력을 보다-

음력 - 달을 보고 만든 달력

올해 음력 3월에 윤달이 있다. 2012년 음력 3월은 본삼월(평달)과 윤삼월(윤달)이 있는데, 윤달에 해당되는 기간은 양력 4월 21일(음력 3월 1일)부터 양력 5월 20일(음력 3월 30일)까지다. 윤달은 여벌이 남는 달이라 하여 '여벌달', '공달' 또는 '덤달'이라고도 불린다.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여겨,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윤달에는 수의를 마련하거나 조상들의 묘를 이장을 하는 집들이 많아 화장장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란다. 반대로 경사스러운 날에 돌아가신 조상들의 음덕을 받을 수 없다하여 윤달에는 결혼 날짜를 잡지 않아 예식업계는 울상이란다.
이렇듯 달력은 우리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달력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다. 큰 글씨는 양력, 작은 글씨는 음력인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나마 장년층 이상은 생일을 음력으로 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생일도 양력으로 쇤다. 그러니 음력은 예전에 비해 우리의 삶에서 멀어져버렸다.
그러나 옛날부터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달력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자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농사에 달력은 없어서는 안 될 도구였다. 날짜를 헤아리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천문현상을 이용하는 것이었고, 그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달의 모양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가(삭) → 상현달 → 보름달 → 하현달 → 다시 사라지는 주기적인 현상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달의 주기는 평균 29.53일 정도로, 달의 주기를 이용한 음력은 한 달의 길이로 29일과 30일을 번갈아 사용한다. 그런데 순수하게 달의 주기만을 이용한 달력(‘순태음력’)은 12달이 지나면 우리가 아는 양력의 1년(365일)과 약 11일 차이가 난다. 이 차이를 보충하기 위해 보통 19년에 7번 음력 윤달을 둔다. 이렇게 만든 달력을 ‘태음태양력’이라고 한다.


24절기 - 음력의 약점을 보완하는 양력 구실
태음태양력 - 과학적이고 생태적인 달력

그런데 이 ‘태음태양력’도 태양의 변화와 약간 어긋나서 농사짓는데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 중국에서 태양의 1년 주기를 24등분하여 약 15일마다 절기節氣를 두었다. 이렇게 옛날 사람들은 달을 보고 날짜를 알고, 농사는 24절기를 따르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24절기는 음력인가 양력인가? 절기를 음력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절기는 음력에 들어있는 양력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그레고리력(태양력)으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달력은 1년의 정확한 길이를 반영한 것 이외에는 장점이 별로 없다. 양력 매달 1일은 물론이거니와 새해 첫날도 천문현상으로 살펴볼 때 특별한 의미가 없는 날이다. 더욱이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각각 자신의 생일달인 7월과 8월을 31일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2월은 28일밖에 안 되는 참 어처구니없는 달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계인이 쓰고 있는 달력인데, 보고 있으면 참 웃음이 나온다. 이에 비해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태음태양력’은 천문현상을 반영해 매우 잘 만들어졌다. 달의 모양을 보면 바로 음력 날짜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름달이 뜨면 음력 14·15일이고, 달이 완전히 안 보이는 날(삭)은 음력 1일인 것이다. 또한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일기 변화를 매우 잘 반영했다. 대단히 과학적이고 자연생태적인 달력인 것이다. 그러니 ‘태음태양력’은 옛것이어서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24절기 - 농사의 시간

그럼 24절기의 원리와 구성을 알아보자. 먼저 24절기의 근본이자 뼈대인 계절의 분기점 기基절기가 있다. 동지는 낮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짧은 날이고, 춘분과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하지는 낮의 길이가 장 긴 날이다. 다음으로 입立절기인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 있다. 입절기에 그 계절 날씨를 바로 느끼지 못하고 교절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그 계절 날씨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계절이 교차하는 절기라하여 교交절기라 부른다. 교절기에는 봄(우수, 경칩), 여름(소만, 망종), 가을(처서, 백로), 겨울(소설, 대설)이 있다. 여기에 그 계절의 절정에 이르는 극極절기가 더해진다. 극절기에는 봄(청명, 곡우), 여름(소서, 대서), 가을(한로, 상강), 겨울(소한, 대한)이 있다.


[그림] 24절기의 근본인 기절기



자연의 흐름과 농사의 때를 알려주는 24절기를 차례로 살펴보자. 소한小寒(이하 양력임, 1월5일: 1년 중 가장 춥다.) → 대한大寒(1월20일: 겨울을 매듭짓는 절기) 음력 섣달로 매듭을 짓는 절기이다. 예로부터 대한의 마지막 날 밤을 해넘이라 하였다. 이 날이 지나면 새로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 돌아온다. → 입춘立春(2월4일: 새해를 상징하고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 우수雨水(2월19일: 봄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 → 경칩驚蟄(3월6일: 동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 춘분春分(3월21일: 낮과 밤이 같은 날) → 청명淸明(4월6일: 볍씨를 물에 담그는 화창한 봄의 중심) → 곡우穀雨(4월20일: 곡식에 필요한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하다.) → 입하立夏(5월5일: 초여름은 시작되고 농사일은 점점 바빠진다.) → 소만小滿(5월21일: 점점 더워지고 모내기 준비로 바쁘다.) → 망종芒種(6월6일: 보리, 밀 거두고, 모는 심는다.) → 하지夏至(6월21일: 긴 장마의 시작) → 소서小暑(7월7일: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맛비) → 대서大暑(7월23일: 무더위와 여름 과일의 절기) → 입추立秋(8월7일: 가을 문턱을 가로막는 마지막 무더위) → 처서處暑(8월23일: 더위도 한풀 꺾이고 신선한 가을맞이) → 백로白露(9월8일: 가을 분위기가 나는 포도의 계절) → 추분秋分(9월23일: 해는 짧아지고 가을걷이는 바빠진다.) → 한로寒露(10월8일: 찬 이슬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 상강霜降(10월23일: 서리 내리는 가을의 끝자락) → 입동立冬(11월7일: 겨울이 호시탐탐 고개를 들이밀려 한다.) → 소설小雪(11월22일: 겨울 기분 들고 살얼음 잡히는 김장철) → 대설大雪(12월7일: 물 얼고 땅 어니 비로소 농한기) → 동지冬至(12월22일: 깊은 겨울밤 떠오르는 새해)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 이후로 차츰 날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옛 사람들은 이때부터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하여 ‘아세’ 또는 ‘작은 설’이라 불렀다.[참고: 전국귀농운동본부]

지금은 인류가 철이 들어야 할 때

이렇듯 우리의 조상들은 24절기라는 자연의 시계에 맞춰 살았다. 철따라 씨앗뿌리고 김매고 열매 거두며 계절의 질서에 따라 겸손하게 생활했다. 그 삶 자체가 생태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계절조차 거스르며 산다. 겨울에는 따뜻할 정도로 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넥타이를 맨 채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냉방을 한다. 결국 사무실에서 냉난방기를 틀지 않는 시기가 얼마 되지 않는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먹었으나 요즘은 철에 관계없이 연중 먹을거리가 마트에 쌓여 있다. ‘철이 든다’는 말이 있다. 적절한 ‘때’를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사람들은 이렇듯 때에 관계없이 살다보니 철이 없는 건 아닐까. 우리가 철이 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걸까. 지금 지구의 여러 생태위기 상황은 이제라도 인류가 철이 들어야할 때임을 울부짖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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