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서광석 (남원생태학교) | [2012년3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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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탈핵!!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을 맞으며-
핵발전(원자력발전)의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나다. 1년 전 3월, 우리는 티브이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본 동쪽 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9.0 강진이 발생해, 최고 10m 높이의 강력한 지진해일이 해안지대를 덮쳐 아수라장이 되던 장면들.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식히기 위해 헬기로 물을 뿌리는 장면들.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역사적인 먼 나라 얘기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바로 이웃한 일본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일기예보 때 방사능 수치가 나오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며, 방사능비가 온다고 휴교를 하기도 했다. 그 후 1년, 뉴스에 잘 나오지 않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도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는데 40년이 걸릴 예정이란다. 이전에는 핵발전이 전문가들만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시민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또 오랫동안 핵산업 종사자들이 우리에게 주입한 원자력에 대한 ‘상식’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다음 핵발전소 사고는 프랑스,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어디로 도망가나? 첫째,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400회 이상 고장 정지 사고가 났으며,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뻔한 사고도 있었으나 쉬쉬하다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원전기술을 자랑했지만, 결국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다시 한 번 거짓임이 확인되었다. 현재 핵발전소 수는 미국 104기, 구소련 66기(러시아 32기), 프랑스58기, 일본 54기, 한국 21기 순이다. 핵발전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미국(1위), 소련(2위), 일본(4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역시 한국을 포함한 5개 나라다. 더군다나 한국은 국토면적이 좁아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다. 핵발전소 반경 30㎞ 기준으로 400만 명 이상이나 거주하고 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전국토가 오염될 것이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망갈 곳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전 국토의 70% 정도가 오염됐고 전 국토의 20%가 사람이 살기 힘든 고농도 오염 지대가 됐음을 기억해야한다. 또한 방사선은 많이 쬘수록 그에 비례해 암이 많이 발생한다.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말은 의학자들이 아니라 핵산업 공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살인행위"다(김익중 의대교수).
생명을 담보로 발전을 해? 핵발전은 싸지도 않다! 둘째, 그 동안 얘기되어온 핵발전의 장점은 싸다는 것이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만 6조엔(9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로 죽거나 병들어갈 생명은 돈으로 계산할 수조차 없다. 더군다나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는 2010년 이후 역전돼 태양광이 핵발전보다 더 싸졌다. 태양광 발전 기술이 향상돼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춘 결과다. 독일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이 핵발전보다 단가가 싸다. 핵발전은 단가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핵발전은 홍보비용, 발전소 건설비용 외에도 발전소 해체비용, 핵폐기물 처리 등을 따지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런 시설들을 만들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 만년동안 투입되어야한다. 이제 원자력이 싸다는 논리는 거짓이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에 핵발전 설비는 정체돼 있거나 감소하고 있다.
전기 사용은 우리가, 뒤처리는 자자손손? 셋째, 핵발전은 반생명적이며 비윤리적이며 비효율적이다. 지도를 펴놓고 핵발전소가 있는 곳을 살펴보자. 영광, 고리, 월성, 울진. 이곳들의 공통점은 모두 해안에 있다는 것과 서울에서 멀다는 것이다. 핵발전할 때 발생하는 높은 열을 식히기 위해, 또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해안가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생산된 전기는 소비만 하는 서울 등 대도시로 멀리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서울 가까이에 핵발전소를 짓는다면 서울시민들은 찬성할까? 또 가장 큰 문제는 핵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고체 폐기물 처리의 경우, 폐기물 여과 필터나 작업복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300년 이상,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와 재처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인 고준위 폐기물은 10만년 이상 생태계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 겨우 2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인류가 10만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물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겨우 몇 십 년 우리 세대가 편하게 살겠다고 후대에게 자자손손 짐을 지우는 게 말이 되는가. 반생명, 몰염치, 비효율의 극치이며, 그렇게 긴 기간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전기를 쓴 지가 겨우 몇 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허나 이제 우리는 전기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생활의 편리와 경제 성장을 위해 점점 더 전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발전소를 더 세웠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자원이 없으니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한다고 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싼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했다. 그러나보니 우리 국민들도 전기를 물 쓰듯 쓴다. 심지어 여름에는 실내에서 춥게 지내고, 겨울에는 오히려 덥게 지내는 반생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1인 당 전기 소비량을 보면, 한국은 캐나다, 미국이라는 ‘에너지 대국’에 이어 3위로 일본보다 10% 정도 소비량이 많은 ‘전기과소비’ 국가다. 세계 3위라는 사실은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원유가 하나도 안 나오는 나라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셈이다. 또 OECD국가 중 ‘에너지 소비 증가율 세계 1위’이다.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에너지 자화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지금은 에너지 혁명이 필요한 때 우리 시대 또 하나의 혁명이 필요하다. 바로 에너지 혁명이다. 첫째, 각 부문에서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환경선진국 독일은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인데도 우리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2010년의 에너지소비량이 2002년에 비해 오히려 20%나 줄었다고 한다! 도시의 가로등도 우리보다 절반 정도 어둡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좀 어둡게 생활한다고 한다. 둘째, 위험한 핵발전을 줄이고, 태양과 바람 등의 재생에너지를 늘려야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발전 비율이 31%인 독일은 2022년까지 현재 운영중인 21기 모두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58% 비율의 벨기에가 2025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올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20%인데, 오는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35%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1.4%에 불과한데 반해, 핵발전은 3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약 40기를 추가 건설하여 59%까지 높일 계획을 세웠다. 역주행이 따로 없다. 셋째, 이제 에너지도 민주주의 시대다. 지산지소 방식으로 바꿔야한다. 적은 수의 거대한 발전소에서 생산해 먼 대도시 소비지까지 보내는 것도 비민주적인 에너지 권력집중 방식이다. 이제는 각 도시와 마을마다 열병합발전, 풍력발전, 태양열발전 등을 해 시민들이 에너지를 생산해 자급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효율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업계도 대기업 배불리기가 줄고 서민들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핵발전 계속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에너지 혁명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2003년도에 핵폐기장 문제로 고통을 겪은 부안의 등용마을에서는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등 에너지자립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절망과 동시에 희망이 되고 있다. 요즘 어느 때보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그리고 건설ㆍ계획 중인 곳에서 반대여론이 거세다. ‘탈핵’을 내세운 교수, 의사, 법률가 등의 모임이 활동을 하고 있고,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는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을 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다뤄졌던 핵과 에너지 문제가 이제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그 이전 모든 정권에서 - 민주정부도 예외없이! - 우리나라는 핵에너지 확대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이 흐름을 바꾸려면 더 근본적인 정치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러 시민단체와 정당들이 탈핵(반핵,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똑같지 않다. 어느 당은 탈핵에 대해 어정쩡하고, 어느 당은 탈핵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완전히 탈핵하는데 30여 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우선 더 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지금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건설을 중단시키고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재가동하지 말고 폐쇄해나가야 한다. 탈핵에 인류의 존망이 걸려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탈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닥치고 탈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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