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생태이야기<3>-반달가슴곰은 미련곰탱이? |
글쓴이 | 서광석 (남원중학교 교사, 남원생태학교) | [2011년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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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다녀와서-
살아있는 반달가슴곰을 만나다!
우리 모임에서 이번에 구례에 있는 국립공원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센터)에 다녀왔다. 몇몇 참가자는 정말 살아있는 곰을 직접 볼 수 있냐고 호기심과 설렘을 드러낸다. 방문한 센터는 지리산에서 사라져가는 반달가슴곰을 되살리기 위해 세워졌다. 동면에서 깨어난 아기곰이 봄에 건강하게 나와서 활동하는 것으로 생존이 확인되면 복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는데, 미국에서 늑대복원에 25년이 걸린데 비해 우리나라에서 반달가슴곰복원에 10년정도 걸려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리산 전체에 현재 31마리가 있는데 50마리 이상되어 안정적으로 개체군이 유지되는 날이 빨리 오길 빈다.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먼저 ‘천왕’(지리산 정상)이라는 이름의 8살짜리 반달가슴곰을 보았다. 광택이 있는 검은색 털옷을 입고 있는 듯하고, 가슴에는 흰색의 선명한 반달무늬가 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데 육중함이 느껴지는 걸음걸이다. 센터에 총 11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있는데 바깥 우리에 나와 있는 3마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반달곰에 이름을 지어주었으나 탐방객들이 애완동물처럼 대하는 분위기가 생겨서 이후에는 그냥 번호를 붙인단다.)
반달가슴곰은 토종 우리 곰이다.
(사진: 종복원센터 제공, www.bear.or.kr)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 제329호이다. 보통 1,500m 이상 높은 산에서 여러 종류의 과실(머루, 산딸기나 다래), 특히 도토리가 많은 활엽수, 신갈나무숲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 확실히 서식하는 가장 큰 동물로서 멸종위기에 처해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보호가 되고 있는 진귀한 동물이다. 다 자라면 몸무게가 암컷은 90~120kg, 수컷은 150~180kg 정도 된다. 몸길이는 1.2m~1.8m 정도이고, 다른 부분에 비해 어깨와 목의 털이 긴 것이 특징이다. 반달가슴곰은 흑곰이나 펜더 등과 달리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동북부, 러시아연해주에 살고 있는 토종 우리 곰이다. 야생에서는 15~20년을 사는데 동물원에서는 30년까지 살 수 있다. 번식과정은 특히 흥미롭고 신비롭다. 생후 만 4년이 되어야 번식이 가능하며 여름철에 짝짓기를 하지만 수정란이 암컷의 자궁 내에서 떠돌다가 동면 직전에야 자궁벽에 착상되는 ‘착상지연’ 현상을 보인다. 착상여부는 가을철 암컷의 영양 상태에 따라 결정되고 착상이 이루어지면 동면중(1~2월)에 보통 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며-가수면상태라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2년에 한차례 번식한다. 새끼는 20cm 정도로 작으며 빨리 자라서 3개월이 지나면 어미곰의 뒤를 쫓아다닐 정도가 된다.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단독생활을 한다. 자라면 나무타기를 잘 하는데 날카로운 5개의 발톱을 이용한다. 큰나무 위에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일명 ‘상사리’라는 은신처를 만들어 지내기도 한다. 반달가슴곰은 나무의 어린 싹이나 잎·뿌리·열매 등 식물성 먹이를 먹고 생활하는데, 갑충과 곤충의 번데기, 가재나 작은 물고기들을 먹기도 한다. 식사가 끝나면 반드시 물을 마시는 습성이 있다. 꿀을 매우 좋아하여 꿀벌 집을 발견하면 벌에 쏘이면서도 꿀벌과 꿀을 통째로 먹곤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피해가 우려되는 한봉농가 주변 등에 전기울타리를 설치, 곰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 센터의 생태학습장에는 흥미로운 실험대조구가 있어 살펴보았다. 곰의 배설물에는 다양한 식물씨앗이 많은데 이 씨앗들은 일반종자보다 발아율이 3배나 많다. 곰이 먹어서 식물에 피해를 주고 식물종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식물이 더 싹트고 자라게 된다. 식물과 동물이 단순히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인 것이다.
곰 = 미련 곰탱이?
진짜 곰이 미련할까? 다들 느려터지거나 미련한 사람들 보고 “미련 곰탱이”라 한다. 사람들은 곰의 크기와 무게 등을 보고 미련하다고 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얼마나 영리한지 연어가 올 시기를 짐작하고 때가 되면 강가에 가서 연어를 잡아 겨울을 대비할 정도이다. 곰은 습성상 잠을 잘 때 풀을 말아서 방석이나 침대처럼 만들어 놓고 웅크리고 잠을 자는데 바로 그 ‘곰의 잠자리’가 ‘곰탱이’의 진짜 뜻이다. 곰은 겨울이 시작될 즈음 큰 나무 구멍이나 바위굴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이듬해 3월경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산을 시속 60km정도로 빨리 오르는데 하루에 산 1~2개를 넘나든다니, 곰은 느리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아 이래저래 “미련 곰탱이”는 틀린 말이다.
산에서 곰을 만나면?
지리산에 방사한 곰을 잡아보았더니 총 42개 이빨 중 19개나 썩어 있었단다. 곰이 힘들게 먹이를 구하지 않고 등산로 주변에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들을 먹고산 결과다. 등산할 때 곰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등을 불법채취하지 말아야하고 또 여러 가지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지 않는 게 곰을 위하는 일이다. 안타까운 사진도 보았다. 올무에 묶여 심한 상처로 피 흘려 죽은 곰을 보며 안타까웠다. 한번 올무가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게 되고, 또 창애에 발목이 잘리게 되면 역시 피흘리며 고생하다가 죽기 십상이다. 대부분 반달가슴곰은 사람보다 감각기관이 발달해 있어 먼저 사람을 감지하고 자리를 피하지만, 혹시 산에서 곰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까? 절대 당황한 나머지 등 돌리고 뛰지 마시라. 일단 멈춰서서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내시라. 그리고 시선을 피하지 말고 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뒷걸음질 치시라. 만에 하나 공격해온다면 자신의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시라.
새해에는 곰처럼...
곰은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신성시하였던 듯하다. 고조선조에 실린 단군신화를 보면 곰은 인내심이 강한 동물로 나타난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환웅(桓雄)이 주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햇빛을 보지 않고 동굴 속에서 21일을 견디어 내었다. 그 결과 곰은 여인으로 변하였고 단수(壇樹) 아래에서 아기 갖기를 기원하여 환웅과 결합하여 국조인 단군(檀君)을 낳았다. 벌써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달을 맞았다. 2012년 새해 우리 모두 인내심이 강할 뿐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해보자. 바로 곰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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