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채식급식, 학교문화의 혁명! |
글쓴이 | 서광석(남원생태학교 공동대표) | [2011년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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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점심 도시락 올해 1학기를 뒤돌아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주1회 채식급식이 안착한 거다. 내가 채식급식에 대해 처음 고민을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방학 때였다. 내가 속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에서 기획한 ‘교사와 학생과 시민이 함께하는 4대강 걷기’에 참가해서 영산강을 따라 걸었던 적이 있다. 그때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강이 죽음의 삽질로 파헤쳐져 모래섬이 없어지고, 거대한 콘크리트 댐-실제로 보니 보가 아니다-이 건설되는 현장을 바라보고 여러 날 가슴이 아렸다. 그런데 그 걷기 일정에서 나를 기쁘게 한 건 초록급식연대에서 제공한 점심 도시락이었다. 정성어린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모든 반찬이 채식이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반찬 중에는 콩으로 만들었는데도 고기와 식감이 매우 비슷한 것도 있었다. 식사 후에는 육식과 기후 변화 등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이 날 이후 나 자신도 육식을 줄였고, 학교급식에도 채식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런데 나 혼자 ‘채식지향자’-아직도 완전 채식주의자는 못 되고-로 사는 것과 내가 근무하는 840여명의 공동체가 채식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채식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채식급식을 제안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채식급식, 왜 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면 공부가 필요한 법. 이 분야를 잘 아는 모임 선생님께 부탁해 자료를 받아 읽고 동영상도 보았다. 그래 맞아, 채식하는 것이 그냥 밥상 메뉴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는 거구나. 첫째, 내 몸이 건강해진다. 전체 질병사망자의 71.5%가 육식으로 인해 사망한다. 완전채식을 하면 우리 몸도 건강해질 뿐 아니라, 엄청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지구가 건강해진다. 완전채식을 하면 전체 온실가스의 51%를 줄일 수 있다. 셋째, 가난한 나라 친구들도 먹을 것을 얻게 된다. 한 사람의 채식으로 1년에 5명을 기아에서 구할 수 있다. 넷째, 동물 친구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평균수명의 10분의 1도 살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다섯째, 채식은 맛도 좋다.
채식급식, 홍보하기 담임을 맡아 바쁜 새학기를 보내며 차일피일 미루던 중 올해부터 광주시교육청 관내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주1회 채식급식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도 용기를 내보자 마음을 먹었다. 가장 먼저 영양사선생님과 상의를 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고, 부장회의때 채식급식을 하자는 제안을 해서 다수의견으로 추진하자고 결정을 했다. 여러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홍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양사선생님 말에 의하면 심지어 고기가 안 나오면 항의하는 학생도 있단다. 급히 추진하다 탈나는 것보다 천천히 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교직원 연수시간에 동영상과 프레젠테이션으로 채식급식의 필요성을 역설해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에 대한 홍보는 다각적으로 했다. 우선 담임선생님들이 조회시간에 채식홍보를 했고 홍보물을 뒷칠판에 붙여 놓았다. 또 몇 분 선생님들이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해 육식의 문제점, 채식하면 좋은 점, 채식하는 유명인 등의 자료를 보면서 채식을 집중 교육했다. 처음에 주1회 채식급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니, 한 반 33명 중 5~6명이 찬성하고 나머지는 ‘싫어요! 우리보고 나물만 먹으라고요~’하며 심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채식 홍보 동영상 등에 기대이상으로 관심을 보였고 점점 분위기가 좋아졌다. 심지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월요일은 채식하는 날’, 시작하다! 이런 좋은 여론을 바탕으로 우리학교에서는 6월에 시범실시한 후 7월부터 매주 ‘월요일은 채식하는 날’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몇 번 먹어보고 다시 조사해보니 여론이 반전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주1회 채식급식에 반대하는 학생이 5~6명 쯤 되었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 자평한다. 대만에서는 2010년 현재 85% 이상의 학교에서 채식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벨기에 퀜트시는 2009년 5월 시정부가 주도하는 ‘목요일은 채식의 날’을 선포했으며, 학교에서는 ‘주1일 채식급식’과 ‘채식 선택급식’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 미국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브라질 상파울로, 구리찌바, 독일 브레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등이 주1일 채식운동을 전개하는 도시들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캘리포니아 주립대, 영국 옥스퍼드대학,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한국에서는 세종대학 등에서 주 1일 채식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육식은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세상을 바꾸는 게 멀리 있지 않다. 이제 채식급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행동할 때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와 도시들이 ‘주1일 채식하는 날’에 동참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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