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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전북 2011년11월호] 4대강 사업, 재복원하라!

두메풀 2012. 8. 14. 21:14

자연과 생태이야기<2 > 4대강 사업, 재복원하라!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강은 살아있다>를 읽고-

글쓴이 서광석 (남원생태학교)    [2011년11월호]   

변종 운하의 수문을 열어라!
갈색 참나무잎, 붉은 단풍나무잎, 노란 생강나무잎, 가을 산은 한 폭의 아름다운 점묘화다. 고개 들어 본 하늘은 파란 빛깔에 하얀 솜털구름이 뿌려진 듯해 풍덩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의 현실은 우리를 이렇게 자연을 예찬하고 즐기게만 허락하지 않는다. 22조 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인 4대강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넉 달 만에 마치고 2009년 하반기 착공하여, 만 2년만인 요즘 준공을 앞두고 전국 16개보 개방행사가 11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신문과 방송에는 100억 원대의 4대강 완공잔치 소식 및 홍보가 넘쳐난다. 9월 말까지 4대강 공사로 물난리가 줄었다는 광고를 하더니 요즘은 자전거도로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지천개발 사업을 예고했다.
그 동안 학생 및 일반 시민들과 함께 4대강 공사현장을 몇 차례 다녀왔다. 그때마다 아름다운 강이 파헤쳐지고 뭇생명들이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절망했다. 그런데 최근 현장을 발로 뛰는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작년에 낸 <강은 살아 있다>에 이어 4대강 사업의 진실에 대해 총정리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를 펴내며, ‘이젠 끝났어’라며 고개 돌리는 사람들을 향해 ‘희망’이 있음을 외쳤다. (전에 최 목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서강에 살면서 찍은 아침이슬 사진을 보고 정말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끔찍한 환경 파괴의 실상을 폭로한다. 이 책에서 “4대강의 재앙은 망가진 생태계와 썩어갈 강물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왜관철교 붕괴와 구미 송수관 파열 사고 등 4대강의 저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하며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종 운하의 수문을 열고 가로막힌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짓말 종합 세트인 4대강 사업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 대책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4대강을 비롯한 국가하천에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는 3%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홍수 대비가 필요한 곳은 지천과 소하천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하천 중에서 4대강 사업에서 준설한 구간은 634km, 1%도 안 된다. “1%의 하천을 준설해서 99%의 홍수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유치원생도 아는 기초 상식이다.”
이 정부의 거짓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4대강 홍보동영상에는 피라미의 산란 장면이 담겨 있지만 피라미는 얕은 여울의 모래에서 산란을 한다. 물을 많이 가두면 여울과 낮은 수심을 터전으로 삼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들은 더 이상 살 수 없다 -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의 대부분도 얕은 물에서 산다. 저자는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를 만들면서 생명의 강이라고 홍보하는 건 천하의 사기극”이라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이 자랑하는 청계천은 거대한 콘크리트 어항식 청계 수로에 불과하며 유지비용도 매년 약 100억 원이 드는 전형적인 예산낭비사업이다. 청계천 복원을 처음 제안했던 고 박경리 선생은 “발등을 찍고 싶을 만큼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4대강 사업도 수심 6m를 유지하기 위해선 토사를 앞으로도 계속 파내야하는데, 결국 추가로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공사가 될지 모른다.
저자는 4대강을 변종 운하라고 규정한다. 4대강에 세운 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농사용 보가 아니다. 높이는 대형 댐보다 조금 낮지만, 길이와 저수량으로 따지면 오히려 대형 댐 기준보다 수십 배 큰 댐이라는 사실, 낙동강 공사 구간 가운데서도 기존의 한반도 대운하 구간만 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사실 등이 그 증거다. 그는 책을 통해 ‘강’의 반대말을 ‘댐’이라고 제시한다. 강의 본질은 ‘흐르는 것’이고, ‘갇힌 물’은 강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은 강이 아니라, 거대한 16개의 댐에 갇힌 물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은 재앙이다
저자는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댐을 세워 물이 정체되면 녹조류가 번성해 대장균 가득한 똥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예견한다. 유람선이 떠다닐 물은 넘쳐나지만, 식수로 쓸 맑은 물은 적어져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잠실수중보 근처에 있던 구의·자양취수장을 상류로 이전했듯, 세금을 퍼부어서 취수원을 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또한 홍수를 막아주던 강변습지를 파괴해 홍수 위험이 커진다. 언제 어디에서 홍수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덮칠지 모를 노릇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재앙은 4대강 사업을 위해 급조된 ‘친수구역특별법’이다.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뜯긴 수자원 공사가 4대강변 개발을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특별한 악법”인 것이다. 강변에 개발되고 모텔과 식당 등이 들어서면 수질 악화에 한몫을 할 것이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 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일들이 ‘혹시’가 아니라 ‘언제’냐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명박씨가 교회 장로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만들어놓고선 정작 대통령 노릇을 잘못하고 있는데도 바르게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死대강 사업은 ‘생명의 하나님’ 대신 ‘돈’이라는 ‘우상’을 섬기는 죄악이다. 인간은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할 권리가 없다. 강을 터전으로 사는 생명들이 강의 주인이요, 인간은 잠시 강을 이용하는 손님일 뿐이다.

‘갇힌 물’은 강이 아니다. 물은 흘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마디로 되돌리면 된다. 저자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제방을 허물고 여울과 은빛 모래밭과 구불구불한 물길을 복원해 유속이 느려지게 만들어 홍수를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자강 운하를 허물어 물길을 복원한 독일이 좋은 사례다. 안타깝게도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데 10배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우리의 4대강은 아름다운 자연하천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되살리려는 맑은 여울과 드넓은 백사장을 간직하고 있다. 제5공화국 한강종합개발사업(1982년) 이전의 한강은 은빛 모래가 가득한 아름다운 강으로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였다. 한강에서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강수욕을 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이다. “우린 이제 절망의 강에서도 희망을 건져야 합니다. 수문을 열어 막힌 물길을 트고 강을 흐르게 하면 희망도 함께 흐를 것입니다.”

[사진1] 개발 이전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한강에서 강수욕하는 모습
(사진: 서울시수도사업본부)                                        
[사진2]독일 이자강의 수로를 모래톱이 있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자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있다
(사진: 임혜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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