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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전북 2012년2월호] 구제역 후 1년 : 공범인 우리의 삶은?

두메풀 2012. 8. 14. 21:21
자연과 생태이야기[5] 구제역 후 1년 : 공범인 우리의 삶은?
글쓴이 서광석 (남원생태학교)    [2012년2월호]   


채식, 소박한 밥상으로 돌아갔는가-


옛날 구제역이 발생하면 좋아했었다?

얼마 전 한우농민의 집회는 농축산업을 포기하는 한미FTA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지난 30여 년간 정부는 실질적으로 농업말살정책을 썼다. 1년 전에도 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떠들썩했었다.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은 5개월 동안 제주도와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소 15만 마리, 돼지 332만 마리 등 총 350만 마리를 땅에 묻는 최악의 살처분 사태로 이어졌다. 매몰지 관리비용과 방역비용 등 제반비용을 합치면 3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반성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구제역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무엇일까?
왜 구제역에 걸린 가축뿐만 아니라  반경 500m 내에 있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무고한 이웃’ 소·돼지까지 살처분해야 했나? ‘구제역 청정국가’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가축의 상품성을 위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9개월간 소수 축산기업의 수출이익 22억을 고려하여 350만 마리의 동물을 도살하고 3조원의 예산을 쓴 셈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축산물에 있어서 월등하게 수입이 많은 국가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2010년 돼지 수출 5만9천달러, 수입 6억6천만달러). 더구나 이 과정에서 돼지들은 대부분 생매장되었다. 인터넷으로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를 보았다. 돼지 천여 마리가 굴착기에 의해 산채로 구덩이에 떨어지는 모습, 잔뜩 겁에 질린 돼지들의 울음소리, 점점 좁은 구덩이 속에서 발버둥치는 모습, 그 돼지들 위로 흙이 퍼부어지는 모습... 너무나 잔혹하고,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우리 역사에서 구제역은 아구창병이라고 했다. “옛날 시골에서 아구창병이 돌았다고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왜냐면 오랜만에 고기 잔치를 벌일 수 있었으니까”(김성훈, 오마이뉴스)이라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제역은 전통적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질병이 아니었다. 구제역은 성체에서 치사율이 5%정도로 낮고 대부분 2주내에 항체가 생겨 자연치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영국 연구팀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된 소가 반드시 다른 소에 병을 옮기지 않으며, 따라서 앞으로 구제역 방역사업은 가축을 면밀하게 관찰해 감염된 것만 즉시 도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2011년 5월). 또 구제역 전염성 지속시간이 지금까지 알려진 4~8일이 아니라 1.7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경기도 파주시. 오른쪽 벽면은 비닐도 없는 상태임. 산 채로 매장 당하는 3977마리의 돼지들.
ⓒ이미경의원실, 한국동물보호연합>


공장식 축산의 반생명적 실상

그렇다면 구제역이 발생하고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가축들의 질병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방식 때문이다. 우리는 가축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그 실상부터 알아야 한다.
먼저 닭은 A4용지 공간에 2~3마리정도로 밀집사육을 한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닭의 본성을 짓누르게 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러면 부리로 앞 닭의 항문을 쪼아 산란율을 떨어뜨리게 만드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보통 병아리 때 진통제 없이 부리가 잘리는 고통을 겪는다. 또한 병에 덜 걸리고 빨리 키우기 위해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많이 들어간 사료를 먹는다. 지금의 닭은 1950년대보다 3배나 빨리 자라며, 31일 정도 되면 인간들이 고기의 맛을 좋게 한다는 이유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전기충격으로 도살한다.
돼지 역시 스트레스를 받아 꼬리를 물고 뜯는다는 이유로 마취제도 없이 꼬리를 자르고 송곳니를 뽑으며, 인간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고환도 자른다. 돼지의 수명은 6개월 정도이며, 새끼돼지는 9주 이상 어미젖을 먹어야 하지만 2주밖에 먹지 못한다. 암퇘지는 출산을 더 이상 하지 못하면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길어야 3~4년밖에 살지 못한다. 새끼를 낳고 한 달 후면 또 임신을 시키고, 발정 유도 주사를 놓는다. 철장에 갇혀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아 악취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출산 기계로 살다가 생산능력이 떨어지면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수소들은 고기를 연하게 한다며 거세되기도 한다. 젖소들은 최대한 우유를 생산하게 개량되었고 50년 전 젖소보다 3배 이상 우유를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소의 수명은 20년이지만 농장 젖소의 수명은 고작 7년이다. 철분을 먹으면 육질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철분이 들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소들이 오줌에 있는 철분까지 핥아먹을까봐 쇠창살에 가둔다. 철분이 부족한 소들은 철분을 얻기 위해서 쇠까지 핥는다. 운동량이 거의 없어서 살이 빨리 찐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장식 축산의 공범이다! - 살처분 돼지 불쌍하지만 삼겹살은 좋다?

그러면 그렇게 ‘공장식 축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고기를 싼 값에 많이 먹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통닭은 이미 우리의 중요한 먹을거리고, 살처분되는 동물들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삼겹살은 맛있게 먹는다. 여성들은 모피 코트를 입은 채 애완동물을 사랑스럽게 안고 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40년을 동고동락한 소가 나오는 영화 <워낭소리>에 감동하면서도, 꽃등심을 골라 맛있게 먹는 식탐을 즐긴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 해 소비하는 소·돼지·닭의 양은 1990년에 20kg정도였는데, 2010년에 39kg으로 약 2배나 많아졌다. 그 많은 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을 할 수 밖에 없고, 인간들이 넘치는 식욕을 채우는 동안 가축들은 고통 속에 살다가 고통 속에 죽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또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강력한 원인(51%)임을 모르는 ‘생태맹’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공장식 축산’은 계속될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확실한 방법은 채식이다. 육식보다 채식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두 완전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이 되기는 쉽지 않다. 대안은 ‘오래된 미래’에 있다. 우리 조상들처럼 가정에서는 오곡밥과 두어 가지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 감사하게 먹는 단순소박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좀 더 나가서 학교와 직장, 지자체가 앞장서서 먹을거리 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가능한 한 친환경 육류만을 사용하고, 선택 급식제나 주1일 채식제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암 그리고 당뇨병 같은 각종 ‘생활습관병’이 예방되고, 의료비는 절약될 것이며, 나아가 지구온난화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동물복지, 생태, 지산지소 방식의 축산업으로 바꿔야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충격을 주었던 광우병, 조류독감(AI), 신종플루(돼지독감), 구제역 의 공통점은 모두 가축에서 유래한 질병이라는 점이다. 2010년에서 2011년까지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총 995만 마리의 동물이 땅 속에 묻혔다. 이 질병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도 축산업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축산업은 너무 과도하게 팽창돼 왔다. 그런데 축산업을 현대화한다고 소수 큰 규모의 ‘기업형 축산’만 육성하는 것은 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이동거리가 길어져 전국을 또다시 각종 질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나는 생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방식의 소규모 생태적인 복지축산을 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닭, 2013년부터는 돼지의 철장 사육을 전면 금지한다.)
정치의 해인 올해 ‘소통과 공감’이 화두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고통을 알고 배려해야 한다. 이건 우리 인간들끼리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인간과 동물은 긴밀히 연결된 존재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행복도 찾아줘야 한다. 우리는 생매장되던 돼지들의 눈망울과 울음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동물들, 아니 모든 생명들, 더 나아가 모든 걸 품고 있는 지구의 아픔에 공감하는 가슴이 필요한 때다. 하나 더,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농업과 생명을 진정으로 존중할 줄 아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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