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초심을 잃어버린 종교는 사회악이 될 수 있습니다.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가난한 민
중, 아파하는 세상과 함께하는 종교로 원불교가 거듭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글 > 최종수 천주교 전북교구 농촌사목 신부
얼마 전 인도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수행자의 나라, 영성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 15일의 인도순례의 목적은 간디와 그의 제자 비노바 바베 아쉬람 공동체 탐방이었습니다. 두 성자의 길에서 한국종교가 가야할 길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민
중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초심을 잃어버린 종교는 사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에서 만난 아쉬람 공동체의 정신
비노바 바베는 인도 독립 직후 인도 전역의 지주들을 찾아다니며 토지헌납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당신에게 아들 다섯이 있다면 유산을 다섯에게 골고루 나눠 줄 것이다. 당신의 땅을 부치는 소작인을 여섯 째 아들로 생각하고 땅을 기부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0년 동안 계속된 바베의 간절한 설득에 500만 헥타르, 영국 스코틀랜드 크기의 땅이 가난한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바베는 “공기, 물, 햇빛, 숲과 산과 강, 땅은 지구의 유산이다. 그 누구도 어떤 집단도 저것들을 차지하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 고 역설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1959년 브라흐마드 비야 만디르 아쉬람을 세웠습니다.
복음을 몸으로 살았던 간디에게서 종교를 배우다
두 번째 아쉬람은 간디가 세운 세바그람 공동체였습니다. 세바그람은 밀림지역으로 700여 명의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많은 추종자들이 찾아와 함께 살기를 희망했습니다. 간디는 불가촉천민들과 함께 먹고 자는 것은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했습니다. 자급자족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낮에는 물레를 돌렸습니다. 간디는 불가촉천민에게 ‘하리잔’(신의 자녀)라는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일정비율의 하급공무원을 하리잔에서 뽑도록 제도화했습니다. 물레를 돌렸던 방 귀퉁이에 전시된 간디의 지팡이와 나막신. 총과 대포의 영국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한, 그 위대한 비폭력과 섬김의 지팡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레를 돌렸던 움막 앞에서 간디의 생애를 축약한 ‘7대 사회악’을 만났습니다. 다시 보아도 위대했습니다. 7대 사회악을 읽어내려 가면서 뜨거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예수님 이후 예수님의 복음 전체를 이처럼 간결하게 요약하고 살았던 성인은 없었습니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도덕 없는 상행위
4. 인격 없는 교육
5. 양심 없는 쾌락
6. 인간성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예배
민중과 멀어진 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인도는 상류층 10%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합니다. 카스트제도가 깊숙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힌두교는 소와 돼지 등의 희생제를 바쳐야 영원한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희생제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
습니다. 부처님은 그러한 희생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영원한 극락에 갈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이에 불교는 인도 전역과 아시아로 급속도로 전파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중과 멀어진 교리를 폈던 종파는 인도에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민중과 세상과 함께하는 원불교로 거듭나길 오늘날 우리 한국은 각 종단의 신자수를 합하면 인구수보다 더 많은 종교인의 나라
입니다. 큰 교회와 성당, 사찰과 교당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나가난한 민중, 아파하는 세상과 함께 하는 종교는 얼마나 될까요.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민중과 세상과 함께하는 종교로 거듭나는 원불교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비노바 바베의 유언으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신의 정신인 사랑을 들이쉬고 그 사랑을 날숨으로 살아라.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 자각을 자연과 세상과 이웃 안에서 삶으로 실천하라.”
출처 : 원불교100년성업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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