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끝루리등에잎벌 애벌레
(위) 왕거위벌레
(위) 무늬하루살이
(위) 팔공산밑들이메뚜기의 짝짓기
[자연과 생태이야기 21] -‘벌레(곤충)’에게 배운다 |
글쓴이 | 서광석(남원생태학교) | [2013년6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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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곤충)만도 못한 사람들은 들어라
곤충이 뭐지? 자연생태체험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을 보면 정적인 식물보다는 동물, 특히 벌레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독특한 생김새와 움직임에 모두들 시선을 집중하고 때로 만지고 장난도 치며 즐거워한다. 기거나 날아다니는 작은 동물들을 흔히 벌레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하는 벌레, 그 중에서도 곤충이야기를 해보자. 벌레라고 불리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 곤충은 좀 다르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 이렇게 3마디로 되어 있다. 가슴에 좌우로 다리가 3쌍 있는데, 이런 동물은 곤충밖에 없다. 새는 날개가 1쌍이지만, 곤충은 2쌍이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이라고 알고 있는 거미는 사실 곤충이 아니다. 거미, 전갈, 진드기 등의 거미류는 다리가 4쌍이고 머리와 가슴이 구분되지도 않는다.
곤충 : 처음 하늘을 난 생명체 지구에서 처음으로 하늘을 난 생명체가 바로 곤충이다. 지금부터 3억 5천만년 전, 새와 익룡도 없던 고생대 석탄기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명체가 곤충뿐이었다. 곤충과 새는 나는 방법이 다르다. 새의 날개는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오목하다.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공기의 압력 차이(양력)를 이용해서 난다. 그래서 높이 날아오르면 공기 흐름을 이용해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날 수 있다. 한편 곤충 날개는 위아래가 평평해서 양력을 이용해 날 수 없다. 그러니 쉼없이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날아오를 수 있고 급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멀리 날기에는 새들이 유리하고, 좁은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날기에는 곤충이 유리한 셈이다.
곤충 :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 곤충은 지구별에 사는 모든 동물 가운데 5분의 4를 차지할 만큼 종류가 많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인 셈이다. 이렇게 번성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몸집이 작아 아주 좁은 곳에서 살 수 있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날개가 있어서 쉽게 도망갈 수도 있고,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날아 갈 수 있다. 셋째, 외골격이 단단해서 몸속의 작고 연약한 기관을 보호한다. 넷째, 환경에 잘 적응하고 못 먹는 게 없다. 썩은 것을 먹기도 하고, 초식과 육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다섯째, 탈바꿈을 하면서 자연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먹을거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변화무쌍한 자연에 끊임없이 적응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곤충의 일생 : 거듭나는 삶 곤충들은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성체)로 탈바꿈을 한다. 짝짓기 한 암컷은 애벌레 먹이가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들이 바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엄마의 깊은 사랑이 진화한 것이다. 거위벌레는 식물 잎에 알을 낳은 다음 잎을 돌돌 말아 알집을 만든다. 또 많은 벌들은 알집을 만들어 지키며 새끼를 돌본다. 심지어 물자라는 수컷 등에 알을 낳아 붙이고, 수컷이 지고 다니며 알이 깰 때까지 돌본다. 이렇듯 정성껏 알을 키우는 사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사진] 왕거위벌레. 밤나무나 신갈나무 잎에 알을 낳고 말아서 요람을 만든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을 먹고 다자라면 땅 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사진] 끝루리등에잎벌 애벌레. 애벌레들이 모여 버드나무 잎을 먹고 있다가 자극을 받고 배 끝을 쳐든 모습.
알에서 깬 곤충 애벌레들은 하루 종일 먹는 일에 열중한다. 공부 벌레, 연습 벌레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보는 어른벌레 모습을 그들 일생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어른벌레는 곤충 전체 일생에서 보면 잠시다. 곤충 생애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자연의 다른 생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애벌레 시절이 곤충의 진정한 황금기라 할 수 있다. 하루살이를 예로 살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 달리, 하루살이는 보통 3일 정도 산다. 알에서 부화한 하루살이 애벌레는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3년에 이르는 물 속 생활을 한다. 이 애벌레는 물속 생태계의 먹이사슬 유지와 수질 정화에 중요한 존재다. 이렇듯 애벌레 시기가 하루살이에게는 진정한 삶을 사는 시기라 하겠다.
[사진] 무늬하루살이. 하루살이 어른벌레는 입이 퇴화되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몇 시간에서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애벌레 시절 후 번데기에서 날개돋이를 하면서 암컷과 수컷 생식기가 뚜렷해지고, 짝을 찾아 날아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어른벌레는 종족 번식을 위해서 잠시 허락된 삶이다. 싸워서 이기는 강한 곤충만이 짝짓기를 해서 후손을 남길 수 있다. 매미는 4~6년이 넘는 긴 시간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어른벌레가 되어 바깥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긴 애벌레 기간에 비해 어른벌레 매미에게 허락된 시간은 보름 남짓뿐이다. 곤충의 일생은 대부분 짧다. 수컷은 짝짓기를 마친 뒤 곧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 게 보통이다.
[사진] 팔공산밑들이메뚜기의 짝짓기. 특징: 날개는 가늘고 매우 짧으며 어른벌레가 되어도 길게 자라지 않는다.
탈바꿈(변태) : 그냥 살 것인가? 거듭날 것인가? 곤충은 단단한 뼈가 몸 바깥을 감싸고 있다. 이 ‘외골격’을 계속 깨고 나와야만 클 수 있다. 곤충의 탈바꿈은 힘겹다. 허물 벗다가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계속 애벌레로 살 수는 없다. 고통과 위험이 따르더라도 과감히 낡은 껍질을 벗고 날개를 돋워 거듭나는 것만이 계속 사는 길이다. 성장통이 없는 성장은 없다. 작고 연약한 곤충의 삶은 두려움 없는 거듭나기의 반복이다. 학생시절 읽었던 책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 지음)”이 생각난다. 끝없이 서로를 짓밟고 상처 주며 높은 기둥 위로 올라가는 보통 애벌레들의 삶. 그런데 자유로운 나비가 되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비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로 감싸고 번데기가 되기 시작하는 용감한 애벌레. 한 차원 높은 삶을 위해 지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선택하는 믿음과 용기. 곤충들은 자신의 일생을 통해서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불생불멸(不生不滅), 태어남도 죽음도 없음을, 오직 변화뿐임을.
곤충 :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 곤충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예쁜 꽃들을 볼 수가 없다.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도 사라진다. 또 지구는 온갖 동물의 똥과 사체들로 넘쳐 날 것이다. 땅에는 영양분이 없어 나무들도 비실비실 죽어 갈 것이다. 한마디로 곤충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곤충은 지금부터 4억 3천만 년 전에 출현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가 2백만~3백만 년인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생명체다. 인생의 선배여서 그런가. 곤충에게 배울 게 참 많다. 요즘 세상사를 보면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 참 많다. 나도 뜨끔해진다.
< 참고> 벌레만도 못하다고? (조영권 저, 필통) 곤충개념도감 (자연과생태 저, 필통) 곤충들아 고마워 (조영권 저, 황소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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