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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열린전북]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대지를 잘 돌보라.”

두메풀 2013. 3. 14. 11:50

[자연과 생태이야기 18] 요약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대지를 잘 돌보라.”

 

서광석(남원생태학교)

 

 

 

 

 

 

[자연과 생태이야기 18]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대지를 잘 돌보라.”
글쓴이 서광석(남원생태학교)    [2013년3월호]   

- 북미 인디언이 한국 친구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 1 -


한국 친구 두메풀에게!
지난 번 자네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네. 이렇게 편지로나마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네. 오늘은 자네 편지에 대한 첫 번째 답장이구먼. 자네가 질문했던 걸 중심으로 우리 인디언에 대한 얘기를 하려하네.


[사진] 앉은 소 (타탕카 요탕카, 1884년, 데이빗 베리 찍음)


인디언의 이름
형제여, 먼저 내 소개를 간단히 하지. 나의 어렸을 적 이름은 ‘불쌍한 막내(하카다)’였어. 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를 잃어서 그렇게 불렸지. 나중에 부족 축제 때 치료사가 “살아가면서 용기와 인내심을 잃지 말아라. 그러면 넌 언제나 승리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승리자(오히예사)’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지.
참고로 우리 인디언들의 이름에는 혈통을 나타내는 성(姓)이 없어. 우린 식물이나 동물, 돌까지도 한 형제자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우린 이름을 대개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건의 명칭을 따서 지어. 예를 들면 ‘빨간 윗도리’ ‘열 마리 곰’ ‘검은 매’ ‘구르는 천둥’ ‘곰의 마음’등. 자네도 봤다는 영화에 소개된 남녀 주인공의 이름 기억나나? ‘늑대와 춤을’과 ‘주먹 쥐고 일어서’였지 아마. 참, 자네가 인터넷공간에서 쓰는 이름이 ‘두메풀’이라고 했지. 두메에서 자라는 풀, 그것도 인디언식 이름이어서 더 반가웠다네.

인디언의 교육
형제여, 인디언들에게 학교 건물과 책과 정기적인 수업 시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인디언 아이는 자연의 방식으로부터 배움을 얻어. 숲이 곧 학교지. 언제나 자연 세계와 가까이 접촉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주위 생명체들과 다정다감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
나도 어려서부터 홀로 숲 속을 돌아다니는데 익숙했고, 결코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았어. 아침에 티피(인디언 천막)를 나설 때 어른들은 말하곤 했지. “모든 것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단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티피로 돌아오면 한 시간씩 문답식으로 가르침을 폈지. 나무, 새, 호수의 물고기, 조약돌, 그리고 동물들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자연의 많은 비밀을 배웠어.

인디언의 생활과 계절
우리는 보통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만 먹어. 야생 생활에서는 이른 봄이 가장 힘든 시기지. 한 해 중 이때가 먹을 것이 가장 귀하기 때문이야. 먹을 것이 없는 철이 되면 어른들은 종종 끼니를 걸러. 인디언들은 다른 어떤 인종보다도 음식 없이 오랫동안 견딜 수 있어.
여름이 되면 어머니 자연은 최선을 다해 피어나고 열매를 맺으며, 야생의 인간에게 넘치는 풍요를 가져다주지. 먹을 것이 사방에 널려 있고, 아무 데나 티피를 세울 수 있지. 모든 것이 다 무상으로 주어지지. 여름에는 어느 한 사람 예외 없이 모두가 똑같이 부자가 되며, 겨울과 이른 봄철에는 똑같이 가난해져.

인디언 = 자연인
형제여, 우리 인디언들은 타고난 자연 보호주의자라고 자부하고 있어. 우리들은 크든 작든 어떤 것도 파괴하지 않아.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함께 대지의 품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관이지.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냥하지 않으며,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냥을 해. 어떤 풀을 뽑아서 그냥 내버리는 일도 없으며, 재미로 무엇을 죽이는 건 상상할 수도 없지. 수만 년 동안 우리들이 과도한 사냥이나 채집으로 단 한 종의 동식물도 멸종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너도 놀랄 거야.
“정말로 얼굴 흰 사람들(백인)의 철학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자부심과 위엄을 간직한 채 수세기 동안 서 있어 온 숲들을 베어 버리고, 어머니 대지의 가슴을 마구 파헤치며, 은빛 샛강들을 더러운 시궁창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신의 그림들과 걸작품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파괴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작은 사각의 종이에 잔뜩 물감을 발라 그것을 걸작품이라고 자화자찬한다!” (한 늙은 추장 말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은 바로 이 대지다.” <하얀 천둥, 수우 족>
“대지를 잘 돌보라. 우리는 대지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 <오래된 인디언 격언>
“자연을 거역하는 문화는 야만이다. 사람은, 지구에 버림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조상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문명의 후퇴가 아니다.”
이것이 인디언들의 정신이지. 우리는 자연을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여기며, 그것을 파괴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다시 피어나는 인디언의 정신
형제여, 나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런 인디언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면서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대지로부터, 자연의 정직한 삶으로부터 멀어졌지.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많은 이들이 얼굴 붉은 사람(인디언)들의 단순한 삶 속에 깃든 훌륭한 감각과 건강한 정신, 그리고 자연에 기대어 사는 지혜를 깨닫기 시작하고 있어. 인디언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들이 세워지고, 화가와 조각가, 작가, 과학자, 성직자 모두가 인디언의 정신을 본보기로 삼고 있는데 늦었지만 정말 참 다행이야.
자네가 보낸 편지에서 너희 조상들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전통을 가졌다고 했지. 우리 인디언과 한국의 조상들의 삶에 비슷한 점이 많아 기뻤어.

미타쿠예 오야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맞아, 네가 소개한 생명평화결사 로고[그림 참조]는 나에게도 참 흥미로웠어. 맨 아래쪽에는 인간, 오른쪽은 네발 달린 짐승, 왼쪽이 날짐승과 물짐승이라고 했지. 위쪽은 나무와 식물이고, 붉은 원형은 해, 하얀 원형은 달을 표현한 것이고. 서로 연관 맺어 존재할 뿐, 나 홀로 존재하는 단독자는 없음(無我)을 매우 잘 상징적으로 나타냈더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이 우리 인디언 정신과 서로 통함을 느껴 한참 가슴이 뜨거웠어.


[그림] 생명평화결사 로고, 안상수 작품


이와 비슷한 생각이 반영된, 이 거북이 섬(북아메리카)에 사는 모든 원주민 부족들에게 공통된 인사말이 있어. ‘미타쿠예’ 또는 ‘미타쿠예 오야신!’이야. 그것은 ‘모두가 나의 친척들’ 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야. 기도나 대화를 마칠 때 인디언들은 그 말로써 끝을 맺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 동물, 새, 곤충, 풀, 바위, 공기, 물, 불, 흙까지도 모두가 인간과 똑같은 창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그들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고,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지. 우리는 서로 다른 형태와 껍질을 하고 나타날 수는 있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야. 이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인사말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우주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지.

‘두메풀’ 형제여, 서로 멀리 떨어져있지만 이렇게 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해서 더욱 기뻤다네.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 또 편지 주고받자고. 그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렴.
미타쿠예 오야신!

-북아메리카에서, 너의 친구 ‘오히예사’가-

(덧붙임: 우리 인디언들은 겨울이 끝나는 것을 한 해의 마지막으로 여기고,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아. 새해 힘차게 시작하길 빌어.)


* <주> 위 글의 일부는 아래 책들을 참고로 재구성함.
1. 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오래된미래
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김영사
3.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 에리코 로, 열린책들
4.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베어 하트,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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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4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