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의 건강법

채식애호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두메풀 2009. 3. 4. 21:17

채식주의자가 어렵다면...

채식애호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리 : 윤상혁

 

 

10월 1일은 국군의 날?

 

10월 1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우리에겐 국군의 날로 알려져 있는 10월 1일은 '세계 채식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 날은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기아해결과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국제채식연맹(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이 제정, 매년 인간의 음식으로 이용되고 있는 170억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보호하고, 방목으로 인한 산림 파괴를 줄이며, 방대한 양의 사료용 곡물을 줄임으로써 기아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이 날만이라도 인류 전체가 채식을 하자는 뜻으로 제정하였습니다. 국제채식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전세계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3%인 1억 8천만 명,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도 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내어 준 과제 

"우리의 삶은 매순간 선택입니다. 쉼 없는 선택의 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소모적인 삶이 아니라 도움되는 삶,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주라는 전체의 일부이자 그것에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며 생명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내어 준 과제을 실행한 것입니다."

위의 글은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채식인 회의'에서 헬렌 니어링이 한 연설의 일부분입니다. 헬렌 니어링은 남편 스코트 니어링과 함께 <조화로운 삶>을 썼으며, 스코트 니어링이 100세의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인 후, 그와의 짧지 않았던 삶을 추억하며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남겼습니다. 채식주의자였던 그녀는 놀랍게도 90세의 나이에 이 연설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연설을 통해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분명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좀더 멀리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도 힘든데!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

굳이 헬렌 니어링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21세기에 접어든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때,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진 지금, 채식의 필요성과 유익성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채식을 예찬하는 것과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채식주의자가 되겟다고 말하는 것은 무정부주의자가 된다거나 사회주의자가 된다는 것만큼이나 비범하고 진지한 일처럼 들립니다. 사실,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함을 뜻합니다. 또 세상이 바뀌려면 그정도의 희생과 포기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실천한다는 것, 또는 ○○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먹는 일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채식애호가가 되어봅시다

하지만 어떤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것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채식을 한다는 것도 그런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여러 번 채식주의자를 꿈꿔보았습니다. '곡물과 견과류, 과일과 채소...만 먹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군. 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유제품 정도까지는 먹어야지.' 되지도 않는 헛된 상상만 하다가 육류 앞에서 무너진 내 자신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받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몇차례 반복되었습니다. 저처럼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 도시에서,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어렵다면 채식애호가가 되어야겠다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이 두려워 아예 포기하기보다는 채식을 사랑하고 즐기는 채식매니아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몸과 마음이 원해 채식주의자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르지요.^^ 지금부터 채식애호가가 되기 위한 몇가지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1단계

 

초보 기본기 숙달 가이드

 

고마운 마음으로 / 꼭꼭 씹어 먹으면 / 자연의 기운 흠뻑

 

 

 

우리나라에서 ‘채식 인구’를 늘린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웰빙 열풍, 또 하나는 광우병 파동 같은 먹을거리 안전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채식인들을 이 두 가지 범주에만 묶을 수 없다. 에스라인 몸매를 가진 미모의 연예인부터 산중의 수행자들까지, 편히 살다 갈 수 있는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부터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시위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채식을 한다. 동기도 다양하다. 건강을 위해서, 환경 때문에, 영적 성장을 위해서, 비인도적인 육식을 반대하기 때문에 등등. 어떤 이유에서 채식을 시작하든 채식에는 ‘기본기’가 있다. 초보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채식 요령들을 알아봤다.

 

■ 단계 밟기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씨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지녔다. 객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노래를 힘차게 부르려면 고기도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채식인이다. 올해로 8년째다. 처음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다가 1~2년 뒤 닭고기와 계란도 끊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땐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을 읽고 우유까지 끊었다. “노래하면서 뱃심 달리는 건 없어요. 오히려 소화 잘되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채식을 하려는 이들 상당수가 이렇게 단계적으로 육식과 결별한다. 네발 포유류, 가금류·조류, 어류, 우유·달걀을 차례대로 끊어간다. 채식 단계도 이에 따라 나뉜다. 조류나 가금류를 먹으면 ‘세미 채식’(준채식), 어패류를 먹으면 ‘페스코’(생선채식), 우유·달걀을 먹으면 ‘락토오보’(유란채식), 어떤 동물성 단백질도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의 단계는 ‘비건’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만 일컬어지는 ‘비덩주의’가 있다.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육수처럼 형체가 없는 고기류는 먹을 수도 있다는 것. 이는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채식인들 상당수는 ‘페스코’다. 극소량의 유제품이나 육류 조미료의 뒷맛까지 가려내는 비건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워 소수에 그친다.

 

■ 나와 남을 설득하기

 

채식 실천은 금연과 비슷하다. 결심이 없으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주변에 본인이 채식을 한다고 ‘커밍아웃’하는 것도 한 방법. 가끔 채식인을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있다. 시비가 붙으면 논쟁보다 가볍게 설득하는 게 마음 편하다. ‘채식하는 래퍼’로 잘 알려진 박하재홍씨는 “‘내가 너 대신 너 먹는 만큼 고기를 안 먹어줄게’ 하는 식으로 말하면 거부감보다 환영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는 “우유까지 먹냐, 달걀까지 먹느냐”는 서양의 채식 기준이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자신의 채식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 박하재홍씨는 “동물의 착취 과정을 수반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채식인들은 외식이 어렵다. 채식주의자 메뉴가 따로 있는 외국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도 생각하기 나름. 우리의 다채로운 레시피는 채식에 큰 도움이 된다. 서양 채식인들이 부러워하는 갖가지 나물·두부·버섯류가 대표적이다. 제철채소·나물로 생채·숙채를 해서 된장·고춧가루·간장·소스를 다양하게 개발해보자. 해먹을 수 있는 반찬 가짓수가 곱절로 늘어난다. 거기에 면류·부침류도 첨가해보자. (표 참조)

 

 

채식식단 종류가 정말 많아요~ 오른쪽 사진은 사찰음식점 ‘아승지’의 채식 메뉴

 

 

■ 제철 자연식 통째로

 

채식을 시작하면 입맛이 예민해진다. 화학조미료도 거북해지는 수가 많다. 오신채 같은 향이 강한 재료들과 매운맛도 차츰 멀어진다. 사찰음식 전문점 ‘아승지’의 지호 스님은 오신채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다양한 조리 방법을 강조했다. 스님은 “버섯·다시마로 맛을 내고 설탕 같은 정백당을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물을 만들 때도 과일물에 우려내면 쓴맛이 사라지고 감칠맛이 난다. 국산 재료로 깨끗하게 만든 천연식·자연식은 미각이 순해진 채식인들의 입맛에 더 맞다.

 

우유·달걀·정백당을 쓰지 않는 ‘비건 베이커리’도 인기다. 이재희 프리베 대표는 “비건인들은 단맛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에선 우유·달걀을 넣지 않아 거친 통밀빵과 설탕을 넣지 않은 콩식빵이 가장 많이 팔린다. 이렇게 정백당을 멀리하는 만큼 그로 인한 비만 등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청미래’의 민형기 원장은 깨끗한 제철 채식과 친환경 식자재 먹기를 강조한다. 특히 예비 신랑·신부들이 식습관을 바꿔 몸과 마음을 청소하면 2세들까지 건강하다고. 수험생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몸이 탁하면 탁한 음식을 찾고, 몸이 깨끗하면 깨끗한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게 그의 신조. “생채식을 하면 몸이 맑아지고, 맑아진 몸만큼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채식모임의 ‘영양학적 대모’ 격인 송숙자 전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현미 건강법’을 권한다. 특히 배아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20여 가지나 들어 있고 싹을 틔울 수 있는 생명력이 있어 몸에 좋다고 한다. 송 교수는 “현미·통밀·잡곡이야말로 인류의 참 먹을거리”라고 강조한다. 정제·가공 과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 오해와 이해를 넘어

 

채식이 무조건 몸에 좋다는 ‘건강 이데올로기’는 채식인들이 경계하는 일이다. 채식인 모두가 건강한 것도, 채식한다고 모두가 건강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끊는다고 백미만 먹으면 몸이 급속히 나빠진다. 무조건 채식이 몸에 이롭다거나 무조건 육식이 몸에 나쁘다는 이분법은 소모적 논쟁을 낳기도 한다.

 

채식과 에코페미니즘 연구로 잘 알려진 정고미라 박사(여성학)는 강박적인 채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채식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고 계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환경·동물억압의 관점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와 나 자신이 결국 다르지 않은 한 몸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대립을 위한 채식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가는 계기가 되어야지요.” 채식만이 살길이라는 강박보다는 내 앞에 놓인 자연에 가까운 음식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매번 고맙게 꼭꼭 씹어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먹으면 더 좋아요~

 

 

① 주식은 반드시 현미나 잡곡밥을 먹되 씹고 또 씹을 것. (현미 60%, 좁쌀 20%, 검은콩 10%, 강낭콩 10%)

 

② 반드시 매끼 콩을 20~30g (두세 숟가락) 곁들일 것.

 

③ 지방 섭취를 위해 들깨나 깨, 아몬드 중 한두 가지만 선택해 20~30g 먹을 것.

 

④ 반찬으로 먹는 채소 외에 영양보충으로 생채소를 100g 먹을 것.

 

⑤ 과일은 후식으로 먹기보다 식사 전에 충분히 먹을 것. 과식·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⑥ 과식은 금물. 간식과 늦은 저녁식사는 질병의 기초를 놓는다.

 

 

 

 

한겨레 /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2단계

 

채식 식당을 소개합니다!

 

채식 식당 주로 뷔페형

도심 교회·절집서도 운영

 

 

식사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채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식사 시간이면 고민스럽다.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채식 식당의 수는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서 채식을 즐기려면 여전히 큰맘을 먹고 멀리 찾아가야 한다. 직장인들이 채식을 하기 힘든 이유다. 온라인 채식동호회 또는 채식운동단체 누리집에서 전국 채식 식당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채식 식당 몇 곳을 소개한다.

 

■ 에스엠(SM)채식뷔페 음식에 우유와 달걀도 넣지 않는 채식 뷔페다. 1996년 문을 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채식전문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명상수행자들이 직접 요리를 만든다. ‘에스엠’은 ‘수프림 마스터’(supreme master: 마음속 위대한 스승)의 약자라고 한다. 콩 단백질로 만든 콩 불고기와 채소로 만든 탕수채는 고기를 먹지 않고도 고기의 질감을 즐길 수 있는 요리다. 알로에를 얇게 자른 알로에회나 곤약을 살짝 데쳐 샤리(초밥의 밥)에 얹은 곤약초밥도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1인당 1만3천원. 정오~오후 2시30분, 오후 6~9시. (02)576-9637.

 

 

 

■ 새생명건강동호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1인당 7천원(비회원 8천원)에 채식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조계사 정문 건너편 서울중앙교회 지하에 자리하고 있으며 평일 낮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현미잡곡밥, 통밀빵, 죽, 밀고기(밀로 만든 고기), 채소 등 10여 가지 메뉴가 요일별로 다채롭게 나오고 과일, 수정과 등의 후식도 준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나 어르신들의 식사 모임이 잦아 낮 12시에 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식당 한쪽에는 빵, 잼, 천연조미료, 미역 등 여러 가지 건강식품을 전시·판매한다. 서울 종로. (02)3210-2151.

 

 

■ 아승지 조계종 산하 고덕사에서 운영하는 사찰 음식점이다. 비구니 지호 스님이 오신채(마늘·달래·무릇·김장파·실파)를 넣지 않고 직접 만든 사찰 요리를 뷔페식으로 제공한다. 잡곡밥과 곤드레나물밥이 주식으로 제공되며 나물, 부각 등 소박한 사찰 요리는 물론 인삼마죽, 우엉전병, 버섯탕수이, 인삼당귀무침, 파래곤약 등 30여 가지 다양한 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 식당 옆 건물 지하에는 무료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평일 점심만 한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인당 1만2천원. (02)846-8578.

 

■ 청미래 자연농법으로 기른 농산물을 식재료로 쓰는 유기농 채식 뷔페다. 자연농법은 유기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도 그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들어 쓰는 농사법. 생선이나 해물도 식재료로 쓴다. 천마유부초밥이나 해초국수 등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유기농 막걸리도 있다. 휴일에도 문을 연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인당 1만원. (02)2681-0567.

 

 

■ 산들바람 채식 전용 뷔페로 국내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쓴다. 잡곡밥, 죽, 채소쌈, 산나물 등 주식 외에 현미인절미, 밀고기로 돈가스처럼 만든 밀가스, 유기농쌀떡볶이등 30여 가지의 다채로운 채식 요리가 제공된다. 각종 과일을 비롯하여 한과, 수정과 등 후식 종류도 다양하다. 식당 운영 수익금을 부근 어린이집 운영에 쓰는 ‘착한’ 식당이다. 인천 부평구 산곡3동. (032)502-0633.  

 

■ 산에나물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식당으로 산나물 등 대부분의 음식을 소금과 들기름으로만 간을 한다. 단품요리는 없고 14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자운영’, ‘궁어초’, 12가지로 구성된 ‘배초향’, ‘솔매화’ 등의 코스요리가 있다. 모두 야생초 이름이다. 9가지로 구성된 점심 특선 가운데 ‘산나물 모듬과 산마늘’이 인기메뉴. 오신채를 먹지 않는 이는 주문 전에 빼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2만2천~12만원. 정오~오후 3시, 오후 5시30분~10시. (02)732-2542.

 

 

■ 산장 산나물 박사로 알려진 한영모(58)씨가 운영하는 산나물 전문식당. 한씨는 20대 후반에 건강이 좋지 않아 등산을 시작했는데 그때 산나물에 눈을 떴다. 본격적으로 산나물 공부를 하면서 아예 하던 사업을 접고 산장을 열었다. 주된 식재료는 한씨가 주말과 휴일에 산과 들에서 채집한 나물들이다. ‘산나물정식’(2만5천원)은 두릅, 고사리, 냉이 등 17가지 산나물이 나온다. 예약 필수. 서울 서초구 서초동. 2만5천~5만원. 정오~오후 2시, 오후 6~9시. (02)583-6136.

 

한겨레 / 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3단계

 

‘채식 연대’ 꿈꾸는 채식주의자 모임

 

 

 

 

 

인도는 우리가 후진국으로 여기는 나라지만 식당은 물론 군대에서도 채식인을 위한 식단이 따로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이 쉽지 않다. 주위에서 ‘까칠한’ 사람으로 보는 통에 커밍아웃조차 어렵다. 집 밖을 나서면 먹을 게 없는 것도 문제다.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해산물이나 달걀까지 먹지 않는 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채식주의자의 길을 즐겁게 가고 있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1일 대전시 용전동 채식뷔페 한울채에서 열린 전국채식주의자모임. 채식을 하는 이들이 동호회의 틀을 넘어 전국적인 모임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녹색연합 채식동호회 베지투스가 주관한 이 모임에는 네이버의 채식동호회 ‘한울벗 채식나라’와 다음의 ‘지구사랑 베가’ 등 3개 채식모임 회원 30여 명이 모였다.

 

 

이날 모임에서 주로 논의된 문제는 채식 문화의 확산과 채식인들의 상호 교류. 앞으로 매년 초 전국채식주의자 모임을 열고 베지투스가 주관이 되어 가을에 치르고 있는 채식문화제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채식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도 이뤄졌다.

 

 

처음 만나는 이들이 많았지만 채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참가자들은 주위 사람과 윷?친구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건강이 좋지 않아 채식을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한울벗 회원인 이은희씨는 “생리통이 심했는데 채식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씨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잘 만들었다며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카페(cafe.naver.com/ululul.cafe)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건강 되찾으려
생명 살상 싫어서
환경파괴 막으려
착한 세상을 실천한다
채식 동참하세요, 세상이 바뀝니다.


채식 전문 잡지 〈채식물결〉 이소명 취재부장은 1990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않고 채식으로 병을 고친 뒤 채식 전도사로 살고 있다. 이씨는 “고기를 좋아해서 늘 고기를 달고 살았다”며 “채식으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철승씨는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했는데 2년 전 채식을 하면서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용철씨는 채식을 한 뒤 몸이 가벼울 뿐 아니라 피곤함이 크게 줄었다며 다이어트에도 채식이 최고라고 말했다.

 

 

다른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유창훈씨는 생명을 죽이는 게 싫어서 23년 전인 10살 때부터 채식을 해왔고, 1999년 채식을 시작한 박선우씨는 가축용 사료를 기르고 목초지 확보를 위해 숲을 불사르는 환경파괴를 막고자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는 채식전문가인 송숙자 전 삼육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채식과 건강, 그리고 올바른 채식법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식사법이 채식”이라며 “채식주의자는 기인이나 괴인이 아니라 주위로부터 신뢰와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바르고 의롭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임을 기획한 베지투스 조상우씨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채식주의자들의 연대가 확대되어 생명존중과 환경보호의 실천인 채식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출처 : 한겨레 2006년 1월 24일자

 

 4단계

 

육식이 나쁜 아홉가지 이유

 

헬렌 니어링

 

 

 

    

젊은 날의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左)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右)

 

 

1. 불필요하다.

 

고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 필요성을 느끼게 된 식품이다. 우리는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동료 생물을 도살할 필요가 없다. 시대를 초월해 전세계의 수백만 명이 평생 채식으로 살아왔지만 그로 인한 폐해는 없었다.

 

2. 비합리적이다.

 

동물은 원래 키워질 필요가 없다. 죽여질 필요도 없다. 동물은 먹여질 필요도 없다. 흔히 "하지만 우리가 동물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물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피조물이다."라고들 한다. 그것은 논리적인 말이 아니다. 동물은 인간보다 훨씬 앞서 지구 상에 출현했다. 그들이 영겁을 기다린 후에야 동물을 먹는 인간이 지구에 출현했다.

 

3. 해부학적으로 불건전하다.

 

생리학적으로 보면,과일과 야채를 먹는 것이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 더 일치한다. 인간의 치아, 소화 기관, 손, 발, 유선은 상당 부분 영장류와 닮아 있다. 인간이 분비하는 소화액은 육식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육식 동물은 인간보다 10배는 강한 염산을 분비하며, 장이 아주 짧아서 고기를 빨리 소화한다. 인간의 소화 장기는 육식 동물보다 3배가 길며, 육식을 하면 2~3일 간 음식을 장에 담고 변을 만든다.

 

치아 구조는 자연식을 해야 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육식 동물은 송곳니가 있어 먹이를 잘게 찢는다. 초식 동물은 먹이를 갈고 씹도록 부드러운 이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유인원은 모두 과일 상식 동물류에 속한다.

 

4. 건강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중 덴마크에서 긴급 배급을 시행하면서, 1년 간 고기를 배급하지 않았다. 그해 덴마크는 세계 최저 사망률을 기록했고, 발병률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고기를 먹게 되자, 전쟁 전의 사망률과 발병률로 환원되었다.

 

식물에 든 단백질은 고기에 든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이다. 견과류가 고기를 대신하는 대체물이 아니라, 고기가 견과류를 대신하는 대체물이다. 모든 과일에는 모유에 든 평균 단백질만큼의 단백질이 있다.

 

 

 

5. 비위생적이다.

 

부패한 고기보다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쪽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더 깨끗하다. 동물 시체는 독과 질병의 온상이며, 부패할 고기를 저장하거나 연화시키는 데 이용하는 식품 첨가물과 화학 약품이 함유되어 있다. 죽은 고기를 먹으면 이런 독소들이 인체에 들어간다. 육식을 하는 인간의 몸은 동물 질병의 무덤인 셈이다.

 

6. 비경제적이다.

 

수천 에이커나 되는 비옥한 땅이, 인간을 살찌울 동물들을 먹이기 위한 목초지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농지의 절반 이상이 그런 목초지로 바쳐진 상태다. 그 땅에 인간이 직접 먹을 농작물을 심는다면, 동물 고기를 통한 간접 방식보다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음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인구를 더 풍족하게, 더 경제적으로 먹이려면, 가축에게 먹이는 막대한 양의 곡물과 콩을 과감히 줄이거나 완전히 없애야 할 것이다.

 

7. 미학적이지 않다.

 

정육점에 고기 조각이나 덩어리가 걸린 혐오스런 광경이나 슈퍼마켓에 비닐 포장한 고기가 흉하게 진열된 것을 볼 때, 지각 있고 예술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미학적으로 보면 잘라 놓은 벌건 살덩이보다 과일과 야채가 훨씬 보기에 좋다.

 

8. 무자비하다.

 

동물의 관점에서 육실을 바라보자. 동물에게도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권리가 있다. 동물도 자기 삶과 가족을 사랑한다. 인간이 하루에 죽이는 소의 수는 육식 동물이 1백 년 동안 잡아먹는 동물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심지어 그리스의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창자를 창자 속에 묻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기괴한 죄악인가. 탐욕스런 몸이 그 안에 밀어 넣은 다른 동물의 몸을 취해 살찌는 것은 얼마나 기괴한 죄악인다. 살아 있는 생물이 다른 살아 있는 생물의 죽음으로 인해 살아야 하는 것은 얼마나 기괴한 죄악인가." 

 

9. 비윤리적이다.

 

"어떻게 그런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나요?" 시카고 도살장에서 겁에 질린 방문객이 도살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도살자는 "선생을 대신해 우리가 더러운 일을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동물을 직접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는 사람은 누구나, 도살자에게 그 일을 의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살해자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 감독관이며 착취자이다. 우리는 음식 강도다. 우리는 벌에게서 꿀을, 닭에게서 계란을 강탈한다. 젓소에게서 우유를 빼앗는다.

 

 

 

노년 시절의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에,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을 붙들고 있던 목숨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헬렌 니어링은 "나의 남편은 죽음은 단지 성장의 마지막 단계이자,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순환을 의미했다. 그는 끝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날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를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은 헬렌 니어링이 쓴 <소박한 밥상>의 1부 제4장 "죽일 것인가, 죽이지 않을 것인가│육식 대 채식"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오늘도 밥상에 동물의 주검을 올리는 나는 행복한가

 

 조득진

 

 

 지금 한국 사회는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공장형 축산 시스템이 생산해낸 값싼 쇠고기가 결국 우리의 뇌를 미치게 할 것이라는 공포다. 축사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산더미 같은 분뇨 덩어리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 저주받은 육류들은 죽어 사람의 몸의 일부가 되지만, 많은 경우 악성 세포가 되어 증식한다. 그들이 받은 '저주'가 사람들에게 이동되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대규모 축산업은 인간에게 새로운 질병과 싸워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話頭)다. 원래 미 대륙에는 소가 없었다. 소가 북아메리카에 상륙한 것은 지방질 많은 고깃덩어리, 스테이크를 하도 좋아해 'John Bull'이라고 불리는 영국인 등 유럽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목축업자들의 장삿속 때문이었다. 그들은 소를 키울 목초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디언과 버펄로를 몰아냈다. 이것이 미국인이 'cowboy'가 된 연유다.


육류는 순살코기보다 지방이 많이 섞인 고기가 훨씬 맛있다는 게 정설이다. 또 고기는 먹으면 먹을수록 기름기가 포함된 부위를 좋아하게 된다. 문제는 대초원에서 풀만 먹고 자란 소는 지방이 많지 않았다는 점. 지방이 충분히 포함된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소를 비육우로 키워야 했고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곡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마침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옥수수가 대풍으로 처치 곤란한 상태였다.


이후 단기간에 소를 살찌우기 위해 곡물 사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의 살과 뼈가 포함된 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다. 초식동물인 소는 곡물을 제대로 소화시키기 어려웠고, 게다가 동종의 내장과 뼛가루까지 먹이니 이상 증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광우병도 그 중 하나로, 소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문명비평가이자 '육식의 종말'(Beyond Beef)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유럽·북미의 육식문화는 이렇게 미 대륙의 곡물사료로 사육된 쇠고기가 최상층에 자리 잡은 인위적인 '단백질 사다리'를 지난 15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구축하고, 다른 나라들에도 이 사다리를 타도록 끊임없이 권유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도 결국 이 사다리를 타라는 것. 리프킨은 "우리는 육식문화를 넘어서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사육되고 저주받은 생명들의 역습


육류가 일으키는 공포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에 기인한다. 더 싸게, 더 자주, 더 많이 먹게 하기 위해 고안해낸 대량 사육 시스템은 동물의 생리를 단절해 온갖 질병을 창궐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축산업계에서는 돼지의 경우 160~180일, 닭의 경우 30~40일, 소도 길게 잡아 20개월 안에서 도축한다. 자연 상태에서 돼지의 수명은 10년 이상, 닭은 20년 이상 살 수 있지만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그들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이다.


사육 환경 또한 비생명적이다.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살을 찌우기 위해서 좁은 곳에 가두는데, 알을 낳는 산란계의 경우 가로 세로 30㎝×50㎝ 정도 크기의 우리에 3~6마리를 수용하고, 돼지 또한 가로 세로 3m×4m, 또는 4m×5m 정도의 크기에 10~25마리를 수용한다. 좁은 공간과 고온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닭은 옆의 동료를 쪼아대고, 돼지는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공장형 축산 시스템은 사육장을 넓히는 등 사육 조건을 개선하기보다 아예 닭의 부리를 잘라버리거나 돼지의 꼬리를 잘라버린다. 평생 정자만 제공하는 수컷과 제대로 몸을 풀기도 전에 다시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암컷 등 동물의 생태를 철저히 무시하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이다.


똥과 오줌이 혼합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저항력이 약해지고 그만큼 질병 감염의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2005년 국내 생산 돼지의 총 폐사율은 28.9%. 공장형 축산 시스템은 이 열악한 사육 조건을 버티는 방법으로 항생제를 택했다. 과다한 항생제는 인간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미국의 축산업 공장의 현장을 취재한 서해성 교수는 소가 공장에서 도축되고 해체된 후, 살코기 외의 뼈나 머리, 내장, 선지 따위의 부산물이 사료가 되어 동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그 소들이 다시 고기가 되는 과정을 '저주받은 윤회'라고 표현했다. 서 교수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소들의 킬링필드'에서 광우병의 근원을 보았다고 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 펴낸 '숨' 겨울호에서 그는 "(미국 농장엔) 위생이란 건 없다. 우사조차 없다. 그렇다고 방목도 아니다. 소 8만5000마리가 한꺼번에 있는데, 철조망으로 구획된 곳에 빽빽하게 갇혀 있었다.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소들이 달리 피할 곳이 없다. 그런 현장을 보고도 맘 편히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리프킨은 축산업자들은 정상 사료에 톱밥, 닭장이나 돼지우리의 분뇨, 산업 오수와 기름 등을 섞어 먹이고, 조만간 시멘트 가루도 사료 첨가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비육장의 비용을 줄이고, 소들의 체중을 더 빨리 불려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형 축산 시스템은 지구 파괴 주범


이뿐 아니라 대규모 축산은 식량 부족,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3분의 2가 소와 가축 사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13억의 인구는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빈곤한 국가의 농토가 생계용 양식 곡물 생산에서 사료용 곡물 생산으로 전용됨으로써 자급자족적인 농민들은 농토를 잃고 있다.


특히 소 사육은 전 세계 온대지역의 토양 부식과 지구 사막화 확산, 열대 우림의 파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공장형 축산 시스템의 확산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38%를 파괴했고, 아프리카는 과잉 목축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축산 동물들이 배출하는 유기 노폐물은 지하수와 지표수에 스며들어 우물, 강 등을 오염시키고, 사육 과정에도 많은 물이 필요해 심각한 물 부족에 처한 나라가 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지구 상에는 약 23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는데 그 중 물소, 말, 노새, 당나귀, 낙타 등 약 3억 마리를 제외한 229억여 마리가 식용이다. 소는 닭, 오리 등 가금류에 비해 15배나 많은 사료를 소비한다.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7㎏이 필요하고, 쇠고기는 무려 11㎏이 든다. 4.5㎏의 스테이크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용수는 한 가족이 1년 내내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심지어 뉴스위크는 "450㎏ 황소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면 구축함도 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 1만 마리가 사육장에서 배출하는 유기 폐기물은 11만 인구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과 같다.


이 때문에 소는 에너지 폭식자이며, 자동차로 치면 기름을 많이 먹는 캐딜락이다. '가축의 캐딜락'이란 말도 그래서 생겼다. 리프킨은 수십억 명의 사람이 이처럼 방대한 양의 곡식을 가축에게 먹이느라 굶주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쇠고기를 즐겨 먹는 대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육류 위주의 식탁 패러다임이 바뀐다


제러미 리프킨의 예견처럼 '육식의 종말' 시대가 온 것일까.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넘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 한복판까지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육류 기피 현상이 고조되고 있다. 네티즌은 채식 요령과 채식 전문식당 등의 정보를 열심히 퍼나르고 있다. 식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단백질에 대한 탐식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2002년 8.4㎏으로 정점에 달한 뒤 계속 감소해 2006년에는 6.7㎏ 정도에 그쳤다. 웰빙 바람에 국산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서이기도 하지만 육류 섭취를 기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광우병 논란과 맞물려 쇠고기 등 '육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열악하고 불안전한 축산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넘어 동물을 식탁에 올린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있다. "육식의 중단은 소를 '비육장과 도살장에서의 고통과 모욕'에서, 그리고 '뿔 제거, 거세, 발정 억제, 호르몬 주입, 항생제 과다 복용, 살충제 살포, 자동화된 도살장의 해체 공정에서의 무의미한 죽음'에서 해방시키는 '상징적·실천적 의미를 지닌 인도적인 행위'다"라는 리프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구 상 어떤 육식동물도 다른 동물을 평생 좁은 공간에 가둬 키우다 잡아먹지 않는다. 산업 시스템에 들어간 동물은 생명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적어도 생명체를 이용해 상품을 만드는 일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육점에 깔끔하게 진열된 고기들. 붉은 조명을 받아 식욕을 돋우지만 우리는 그 고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열대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정작 그 과정을 알거나 본다면 고기를 먹는 것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번쯤 스스로 되물을 일이다. 지글거리는 붉은 쇠고기 스테이크, 적당하게 익혀 육즙이 흘러나온 고깃덩이… 오늘도 밥상에 동물의 주검을 올리는 나는, 과연 행복한가?

경향신문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