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 땅의 참 주인/동물(새...)

철새 기행 일기

두메풀 2007. 2. 24. 19:27
철새 기행 일기



keen 사무처

어제는 학생들과 함께 천수만에 철새를 보러 갔습니다. 매학기마다 학교밖으로 환경기행을 가는데 2학기 기행은 천수만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4학년들은 임용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3학년은 졸업여행을 다녀와서 또 가기가 염체없다는 이유로 주로 1학년과 2학년이 참석하게 됩니다.

천수만 철새 기행은 저에게도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1996년에 미국으로 환경교육 유학을 갔는데 그 때 미국으로 가져간 질문을 이 천수만에서 던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는 거슬러 1995년 늦가을... 두레생태기행에서 준비한 생태기행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 양재역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천수만으로 갔는데 그때 우리는 안내해 주신 분이 누구였더라... (모아둔 소식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어쨌든 우리는 보기 힘들다는 노랑부리저어새도 보고, 기러기, 오리도 엄청나게 많이 보았지요.

그런데 그때 해질녘이 되어서 갑자기 어디선가 검은 구름처럼 수십만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우리 머리위를 지나갔습니다. 그들이 말로만 듣던 군무를 시작한 것입니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면서 '이정도면 가창오리가 몇 마리냐?' '이십만 마리쯤 된다.' '그걸 어떻게 아냐?' '척보면 알지 뭘 따지냐.'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나는 그 광엄한 광경을 비디오로 찍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즐기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철새기행이 끝나고 저녁이 되어 버스는 다시 양재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캠코더를 텔레비전에 연결하고 찍어온 화면을 틀었습니다. 모니터 위에서는 내가 본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역시 내가 본 모습 그대로 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내가 직접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감동이 이제 집에 돌아와서 비디오로 시청할 때는 왜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직접적 체험과 간접적 체험에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이 바로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가면서 대답하고 싶었던 질문입니다. 가서는 다른 질문에 빠져서 이 질문에 대답할 기회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이제 다시 학생들과 함께 찾아간 천수만에서 다시 한번 그 질문을 떠올려봅니다. 인터넷과 비디오와 디비디와 MP3와 3차원 화상 서비스가 점점 확대되어 가는 가운데 우리는 왜 자연과의 직접적 체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저는 일단 관찰자와 내부자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직접적 체험은 나를 체험의 대상이 되는 것 속에 위치하게 하여 맥락 가운데 (내부자) 놓이기 하지만, 매체는 그 매체가 어떤 것이든 체험의 대상과 체험의 주체로서의 나를 갈라 놓는다(관찰자)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체험학습을 갔는데 여전히 참가자를 관찰자로 남아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은 좋은 자연체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 않은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말할 수 있겠느냐. 말로만 하는 얘기는 학생들도 겉치레인지 다 안다. 그러니 훌륭한 환경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체험을 많이 하고 그 체험을 어떻게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겠는지 물어보라.... 이런 판에 박힌 이야기로 학생들에게 뭔가 교훈적인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치고 돌아서는데 ...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본 황새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 검은 꼬리깃이 너무 황홀하여... 한국에서 발견된 마지막 황새를 잡으러 갔다는 그 밀렵군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새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영물이라서 이렇게 늘 만나고 나면 이렇게 마음에 뭔가를 남기는 것인지...





2006/11/13 [09:52] ⓒ k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