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기행/생태, 환경

새로운 자연체험 패러다임

두메풀 2007. 1. 31. 12:19

새로운 자연체험 패러다임 자연체험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자연체험과 현장환경교육의 내용과 형식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제 새로운 자연체험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정리해 본다.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어쩌다 한번씩 이벤트식으로 진행되는 일회적인 것으로부터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일상적 자연체험의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오래 머무는 학교와 가정의 주변 환경이 체험에 적합하도록 개선되어야 하고, 나아가 통학로를 포함하여 학생들의 주 이동통로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한나절이나 하루 정도의 단기적인 체험으로부터 몇 일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인 변화와 순환의 과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작년의 가뭄에 비해 올해의 풍부한 비가 우리 학교의 텃밭 가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고, 올해 거둔 씨앗을 내년에 심고 또 그 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과 그 순환의 고리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비디오나 사진 등의 시청각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것으로부터 오감을 통한 직접적인 것이어야 하고 특히 인공적인 자연보다는 자연이 스스로의 규칙에 따라 유지되는 글자그대로 자연스러운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의 다양성, 복잡성, 불확실성을 통해 인지적, 감성적, 가치적 발달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소비적인 것에서 생산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어떤 자연체험이 소비적인가 아니면 생산적인가는 학습자의 자연체험이 얼마나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는 노동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 자연체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결실, 수확)를 통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다섯째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단순히 유희적인 것에서 보다 규범적인 성격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자연체험을 매개로 놀이를 하고 그 놀이와 교류의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세우며 그 규칙이 깨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배운다. 유희적 자연체험에서는 개인의 선호만이 강조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당위나 선악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별로 없다. 감자를 심을 때 놀기만 했던 친구에게 감자를 캘 때 그 자격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있어 자연체험이 얼마나 폭넓은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섯째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단순히 관찰자적인 시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화과정을 구성하는 부분으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곱째,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자연에 부담을 주는 방식보다는 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숲체험교육은 단지 맑은 공기와 단풍을 즐기고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서 가지치기와 속아베기 등을 통해 숲을 건강하게 만들고 잘라낸 가지를 가지고 곤충의 서식지를 만들어 숲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자연체험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나 대 자연’의 체험이 아니라 자연을 매개로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험, 이를 통해 사람과 자연을 아우르면서 ‘나와 우리’의 경계를 약화시켜가는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글쓴이 : 이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