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생태학교 겨울힐링연수 - 이인식선생님과 함께한 우포늪
날짜 : 2015년 1월 31일 ~ 2월 1일
참가자 : 조기수, 서광석, 김미정, 정환길, 당은자, 송진섭, 김수연 (7명)
장소 : 경남 창녕군 우포늪
‘격한 환영’
2015년 1월 31일 9시 남원을 출발해 창녕군 대지면 관동문화생활관에 도착해 ‘왜가리 할아버지’ 이인식샘과 만났다. (11시 15분)
도착하니 하늘은 이미 새까만 독수리로 가득하다. 이선생님이 미리 준비해두신 독수리 먹이주기를 하기로 했다. 트럭에 실린 고기(살코기, 내장)를 내려 40m쯤 앞 논에 가져다주었다. 신기하다. 사람이 다가 갔는데도 독수리들이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독수리들이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독수리들이 더 모여든다. 그런데 바로 먹이쟁탈전을 벌이진 않는다. 어린 독수리들은 가만히 기다린다. “독수리들은 다 모이고 나서 대장부터 식사를 한다”고 알려주신다. 허참, 그 녀석들 우리 못된 인간들보다 낫다. 쌍안경으로 바라보니 독수리 눈이 선하게 보인다. 독수리는 죽은 고기를 먹고, 검독수리와 흰꼬리수리는 쥐 같은 산 짐승을 먹는다. 우포와 화포(?) 그리고 고성에서 독수리 먹이주기를 하는데, 가능하면 주는 날을 다르게 하신단다. 우리 고장에서는 못 보는 독수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180마리 정도를 보다니, 감동 감동이다. 우리는 우포에 도착하자마자 독수리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
독수리 먹이주기 후 곧바로 우창수샘 댁에 갔다. 우선생님은 노래운동을 하시다가 세 달 전쯤 우포에 정착하셨단다. 여기서 우린 뜻밖의 ‘격한 환영’을 또 받았다. 대지초등학교 4명의 학생들의 즉석 공연 ‘우포에 오실 땐 맨발로 오세요’를 감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정말 예쁜 녀석들의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공연이었다. K-POP이 아닌 자연을 닮은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맑게 하는 노래공연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맛난 차를 마시고 바로 앞 이인식샘의 ‘우포자연도서관’ 창고를 구경했다. 이곳은 현재 선생님이 살고 계신 공간이기도 하고, 선생님의 삶과 열정과 꿈이 녹아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을 만들고 계셨고, 또 다양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 중이셨다. 앞으로 우포늪을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나는 무엇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점심은 우포늪생태관 앞 ‘우포랑 따오기랑’에서 평소 맛보지 못하는 ‘논고동국’(6천원)을 먹었다. 고향의 맛, 어머니의 맛이랄까. 개운하고 맛깔스런 별미였다.
우포 – 늪에 빠지다.
식사 후 우리는 걸었다. 우포늪 생태관을 출발해 우포(소벌)를 온전히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다. 약 8km쯤 된다. 가는 도중 따오기복원센터의 공사현장도 멀리서 보았다. 2008년 1쌍의 따오기를 중국에서 들여와 증식하기 시작해 지금은 70여 마리 정도 되고 내년이면 100마리 목표달성을 할 예정이다. 증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따오기가 자연상태에서 살아갈 서식지를 복원하는 일이라 하신다. 그래서 논과 습지를 살리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단다. 슬렁슬렁 또 걷는다. 쌓인 눈은 안 보이고 얼음이 언 우포늪 풍경이 겨울 햇살에 반짝인다. 멈춰서 쌍안경으로, 탐조망원경으로 새들을 본다.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대백로, 왜가리...
걷다가 멋진 물그림자가 비치는 곳에서 우리 일행은 멈춰 멋진 포즈로 사진 몇 장을 남긴다. 겨울이라 갈 수 있는 사초군락에서 또 멈춰 앉는다. 겨울 햇살아래 앉으니 바람도 잠자고 참으로 평화롭다. 아예 눕는다. 겨울날 늪에 와 눕다니. 놀라운 체험이다. 한참을 그대로 누워 자연에 안긴다. 나와 자연이 그대로 하나가 된다. 내가 그대로 우포다, 우주다.
이번엔 버드나무 군락을 만난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베어 없어질 뻔 했는데, 이인식샘이 지켜내신 나무들이라 더욱 값지다. 아, 나무가 그냥 나무가 아니다. 나무가 생명이고 역사다. 나무의 안녕을 빌며 또 한 컷^^
목포(나무벌)제방에 올라선다. 나무벌에는 수십 마리의 기러기와 백로, 왜가리 등이 보인다. 열심히 자맥질하며 풀뿌리 등을 먹고 있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숲탐방로3길을 걸어오르다 잠시 쉰다. 솔바람을 맞으며 걷는 숲길 분위기도 좋다. 소목마을을 지난다. 선생님은 웬만한 주민은 다 아시는 듯하다. 하긴 거의 날마다 우포를 돌며 모니터링을 하시니 당연한 귀결이다. 주매제방을 지나 걷다가 당산나무에 이르러 모두 앉는다. 정말 소중한 소원 한 가지씩 들어준다는 당산나무. 이곳은 우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귀에는 사지포(모래벌)에서 먹이활동 중인 큰고니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햇살을 한가득 맞이하니 기분이 좋고 참 편하다. 힐링이 저절로 된다.
모래벌에서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큰고니를 만났다. 와~ 엄청나게 많다.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많이 본 적이 있는데 우포에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백 몇 십 마리 정도 될 듯싶다. 낙동강 하구가 훼손되고 오염돼 고니들이 주남저수지와 우포로 많이 이동했단다. 큰고니는 보통 4~8마리 정도가 한 가족을 이룬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쉬고 먹이활동하는 모습 자체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그 사이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서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황홀한 붉은 노을을 담으며 대대제방을 걷는다. 새들도 잠자리를 준비하는 시간, 새들은 이 추위에 얼마나 힘이 들까. 새들의 안녕을 빌며...
오늘 우포늪 8km를 3시간 동안 걸었다. 안녕 우포늪. 내일 보자.
맛있는 밤, 멋진 밤
다소 지칠 무렵, 드디어 저녁 먹는 시간. 주매마을에 있는 ‘우포횟집’에 도착해 붕어찜과 붕어탕을 주문했다. TV에선 마침 아시안컵 결승전 우리나라와 호주의 축구경기가 치러지고 있었다. 축구 응원 하다 드디어 붕어찜이 나와 먹기 시작. 아~~ 이렇게 맛있는 붕어찜이 세상에 있었다니. 다들 감탄사를 연발. 붕어찜을 먹기 위해서라도 우포에 다시 와야겠다. ㅋㅋ
숙소는 노동마을에 있는 ‘형설의 전당’이었다. 이곳에 들어서자 편백나무향이 좋았다. 방도 완전히 황토찜질방이어서 회원 모두들 반색했다. 편백나무옹기좌욕찜질도 하고 술도 한잔하면서 우리의 정다운 이야기는 깊어만 갔다.
새로운 날 - 어제와 다른.
아침에 일어나서 단단히 차려입고 나섰다. 우포의 해돋이를 보러 나선다. 아침 공기가 차다. 작은 연못에 기러기들이 아침을 맞고 있다. 주위는 다 얼어있는데 기러기 있는 곳은 그들의 체온으로 얼음이 녹아있었다. 목포제방 아래에서 새로운 해를 맞는다. 부지런한 사진작가들도 함께 새 햇님을 기다린다. 붉게 물든 동녘에서 미소 짓는 태양.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에 붉은 햇살이 퍼져나간다. 늪도 새들도 나무들도 물고기들도 벌레들도 기지개를 펴며 환희의 춤을 춘다. 어찌 세상에 같은 날 있으랴. 그래 날마다 새 날이다.
아침 산보 뒤 숙소의 찜질방에 들어갔다. 언 몸이 봄눈 녹듯 풀린다. 온몸에 따뜻한 온기 퍼져 피부가 열리고 근육이 느슨해지고 세포가 긴장을 푼다. 도반들의 도란도란 얘기를 뒤로 하고 잠시 잠을 청한다. 아, 천국이 멀리 있지 않다.
큰 행운 – 큰고니 & 흑두루미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 다시 만난 모래벌의 큰고니들. 어제 보다 맑은 햇살 아래 고니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고니의 발이 정말 새까맣다. 머리 부분을 고개를 돌려 깃털 속에 쳐 박고 있는 녀석도 있고, 살얼음 위로 뒤뚱뒤뚱 걷는 고니 가족도 있다. 좀 있으니 고니 가족이 날아올라 우리 위를 지나 우포로 날아간다. 이어서 몇 가족이, 또 몇 가족이 계속해서 날아오른다. 환상적인 고니쇼가 펼쳐진다. 하얀 고니가 푸른 창공에 강한 색대비로 예술비행을 하며 머리 위를 난다. 고니의 날갯짓 소리가 나의 영혼을 깨운다. 살짝 떨리며 가슴 벅찬 희열을 느낀다. “이 시간에 이런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여러분들이 덕을 많이 쌓았나보다”는 왜가리샘 말씀. 정말 평소에 덕을 많이 쌓고, 복을 많이 지어야겠다. ㅎㅎ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아점으로 논고동국을 다시 먹었다. 또 먹어도 물리지 않고 맛있다. 식후 다시 또 걷는다. 이번에는 대대제방을 지나 토평천을 따라 걷다가 모래벌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앗, 이번에는 흑두루미 일행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2월 1일, 올해 처음으로 북상하는 흑두루미 무리를 마침 우리가 보게 된 것이다. 흑두루미는 우포를 몇 차례를 살피더니 적당한 착륙지를 못 찾았는지 멀리 날아갔다. 일본 이즈미 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우포늪을 지나구미 해평습지 쪽으로 가는가보다. 그래 흑두루미야, 내년에도 다시 찾아오거라. 너희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자연환경을 지키는데 조금이나마 노력할게~~ 약속^^
걷다가 높은 가지 위에서 집수리를 하고 있는 까치 한 쌍을 만났다. 거친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집을 짓기 위해 까치 부부는 작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기며 사랑의 보금자리를 손보고 다듬고 있는 중이다. 하늘 높은 곳에 포근한 둥지를 짓고 사랑을 나누며 콩닥콩닥 살아갈 까치부부의 행복을 두손모아 빈다. 또 걷다가 매를 만났다. 매 한 쌍도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나 방해가 되었다. 미안하다 매 부부야. 너희들도 결혼에 골인해 행복하게 살긴 빈다. 매 부부에게 소식 하나 전한다. 매야, ‘왜가리 할아버지’가 너희들의 사랑을 보고 싶어 하시더라.
우리 1박2일 일정의 마지막 점심 식사는 ‘우포에 버들국수’집. ‘우포에 제대로 미친 여자’, 즉 ‘우미녀’ 시인 송미령씨가 운영하는 집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사는 마을에 놀러오셔서 전에 한 번 뵌 적도 있는 분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이른 봄 버드나무 순을 채취해 말리고 덖어서 우리밀에 넣어 만든 버들국수 맛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막걸리와 전을 곁들이니 금상첨화. 그러고 보니 이번 우포늪연수는 맛집기행도 겸했다.
우포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우포늪의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빼놓을 수 없는 건 우포에서 만난 분들이다. 한결같이 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노래 부르시는 우창수샘 부부와 아이들, 우미녀 송미령씨, 여러 주민들 모두.
사실 이번 우포늪 기행은 이인식샘 작품이다. 기획, 연출, 주연 등 여러 역할을 혼자서 다 하셨다. 우리 팀은 그저 그 밥상에 수저만 얹어놓았을 뿐이다.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세심하게 발견하고 깊이 음미하는 왜가리샘의 모습 그 자체가 참 아름다우셨다. 선생님을 뵙고 말씀 들으며 인생을 배운 게 더없이 엄청나다. 우리의 큰산 큰나무이신 선생님. 전교조 해직, 환경운동, 우포늪 지키기, 따오기복원 등 습지를 살리고 자연을 보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신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본인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정말 사심없이, 자연환경을 위해, 사회정의를 위해 용기있게 뚜벅뚜벅 걸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환생교의 선배님, 아니 우리의 스승님, 존경합니다. 우리 후배들도 선배님이 걸으신 길을 흉내 내며 작은 걸음 내딛겠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남원생태학교 서광석 씀-
( 잘못된 내용 좀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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