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좋은만남 2013년 10월호 기사] 남원생태학교를 찾아서

 

 

 

 

 

 

 

 

 

 

 

 

 

 

 

 

 

[월간 좋은만남 2013년 10월호 기사]

 

 

사람과 자연을 잇는 징검다리

 

남원생태학교를 찾아서

 

서광석(남원생태학교 공동교장)

 

 

◉ 남원생태학교의 시작과 열게 된 동기를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남원생태학교의 모태는 ‘지리산들꽃사랑모임’이라는 동아리였다. 2003년부터 조기수(공동교장), 복효근 선생님을 중심으로 몇몇 회원들이 함께 산에 다니면서 들꽃을 배우는 재미에 빠졌으며, 또 평소에 회원들 각자가 사진 찍은 걸 카페에 올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공부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나를 포함한 몇몇 선생님들이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에서 주최한 습지기행을 다녀오면서 참 많이 배우고 느꼈다. 그 전까지 주로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와 자연생태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정도였는데, 전국 습지를 기행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 참 많구나”, “나도 지역사회에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남원생태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관심분야도 식물, 동물, 천문, 문학, 역사 등으로 넓혔다. 특히 갈고닦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지역의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자연생태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 남원생태학교를 열게 된 목적은?

 

지금 이 지구가 인간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 인간은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되돌릴 책임 또한 인간 자신에게 있음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지구 생태계의 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명제를 실천하고 있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주목하면서도 또한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다.

전북 남원은 우리 민족의 명산 지리산과 아름다운 섬진강을 품에 안고 있는 고장이다.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이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져야한다. 이를 위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 땅에 어떤 종류의 동물, 식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들을 둘러싼 여러 환경들과는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직접 배우고 체험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교사의 올바른 인식과 실천이 학생들의 삶의 지향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연과 친해지며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교육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자연! 아는 만큼 느끼고, 사랑하게 되고, 지키게 된다!

 

 

◉ 남원생태학교는 크게 두 갈래로 운영된다고 들었어요.

 

첫째, 교사들끼리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학습공동체’다. 현재 운영진은 현직 교사 14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재직하고 있는 학교도 다르고, 과학, 국어, 사회, 수학, 미술, 한문, 기술가정, 토목 등 전공과목도 다양하며, 남자 여자 새내기부터 중년층까지 섞여 있다. 교사들은 이렇게 다채로운 개성을 서로 존중하며,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삶의 여러 문제들을 나누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지들이다. 서로 수시로 연락하며 주말이나 방학 때 자체 연수를 자주 하면서 즐겁게 함께 배우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울릉도, 제주도, 영산강, 낙동강, 천수만, 곰배령으로 자연생태답사도 함께 다녀왔다.

둘째, 이렇게 다져진 역량을 바탕으로 둘째 주 토요일에 공개적인 ‘남원생태학교’를 연다. 이때는 인터넷 누리집에 미리 공지하고 참가희망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보통 우리 고장의 시민과 학생들이 매회 20~4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남원생태학교는 ‘건물 없는’, 자연이 곧 배움터인 학교다. 산, 강, 들, 바다 모두가 우리의 배움터다. 지난 10년 동안 다녀온 곳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활동지역은 남원 근교 중심이지만 때로 먼 지역으로 답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주로 자연생태체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때 역사와 문화 등도 함께 배운다.

 

◉ 최근 1년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면?

 

지난 1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보람찬 한 해였다. 먼저 ‘학습공동체’로서 교사들끼리 연수 한 걸 떠올려본다. 가을엔 지리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사색에 젖었다. 또 겨울엔 충남 천수만에 철새탐사를 다녀왔다. 많은 새들을 봤는데, 그 중에서도 곤줄박이가 내 손끝에 머물던 짜릿한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봄엔 멀리 강원도 인제에 있는 하늘 정원인 곰배령에서 끝없이 펼쳐진 봄꽃들의 향연에 흠뻑 취했다. 여름엔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저자 김성호 교수를 초청해 딱따구리의 삶을 통해 감동적인 생명 사랑을 배웠다.

 

다음으로 학생들과 함께한 남원생태학교 활동을 돌아본다. 지난 가을엔 버스타고 멀리 경남 통영으로 가 자연·역사·문화를 배우고 왔다. 또 우리 남원의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했다. 봄엔 혼불문학관과 대산면 풍악산에서 봄을 맞는 자연을 배웠다. 또 지리산 바래봉에서 활짝 핀 철쭉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여름엔 남원 신역사대교에서 ‘자연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벽화그리기 활동을 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이 색 저 색 붓질을 한 결과, 황량한 시멘트 교각이 아름답고 개성적인 벽화로 재탄생하는 황홀한 기쁨을 누렸다.

 

 

◉ 마지막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보람과 앞으로의 바람이 있으시다면?

      

먼저 함께하는 학생들이 자연을 배워가면서 신기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제일 보람을 느낀다. 우리 학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주 참가하는 학생들이 생태적 감수성이 풍부하게 성장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또한 ‘학습공동체’로서 교사들끼리 자연생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서로 배울 수 있어서 기쁘다. 이렇게 다져진 역량을 운영교사들이 현재 근무하는 학교 현장에 적용해 수많은 학생들에게 생태적인 삶을 깨우치고 실천하게 되는 것도 큰 보람이다.

 

우리 학교 식구들과 함께여서 나는 참 행복하다. 한 가지 바람은 자연을 알고 사랑하고 지키고자하는 남원생태학교가 오랫동안 성장 발전해갔으면 좋겠다.

 

 

남원생태학교 누리집(홈페이지) : http://cafe.daum.net/nwteac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