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 - 글과 사진/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쑥부쟁이와 구절초, 그게 그거 같다면...

두메풀 2012. 10. 16. 16:27

 

 

 

 

쑥부쟁이와 구절초, 그게 그거 같다면...

국화의 계절 가을에 들국화를 자세히 보다

 

12.10.15 09:28

 

서광석(salts)             
올해 기록적인 3번의 태풍이 지나갔다. 엄청난 비바람은 수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물에 잠긴 논, 쑥대밭이 된 과수원, 휩쓸려버린 양식장... 한 해 농사 그 이상을 망쳐버린 농민, 어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번에도 '없는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보아 안타깝다. 특히 '볼라벤' 때 하늘에 구멍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와 상상을 초월한 강풍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자연파괴가 일상이 된 세상에 자연이 보내는 거대한 경고 같았다. '인간들아, 하늘 무서운 줄 알라!'

가을은 국화의 계절

어느덧 가지마다 열매 맺는 '열매달' 9월을 지나, 우리나라가 열린 '하늘연달' 10월이다. 깊고 푸른 하늘을 보면 마음까지 맑아진다. 이 가을에 대부분의 풀나무들이 열매를 맺고, 푸르던 잎은 단풍으로 물들다 떨어져 한 해의 삶을 정리한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이때, 단일식물들은 꽃을 피운다. 단일식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화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서리를 맞으면서도 피어있는 국화의 모습에서 예부터 매란국죽, 즉 네 군자 중 하나로 여겨왔다.

기사 관련 사진
▲ [사진 1] 벌개미취 꽃송이에서 가운데 노란색은 통꽃, 가장자리 연한 보라색이 혀꽃이다. 혀꽃은 벌레를 불러 모으는 구실을 하는 장식꽃이다.
ⓒ 서광석

관련사진보기


국화 무리의 꽃은 두 가지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는 통모양의 작은 통꽃이, 가장자리에는 혀모양의 긴 혀꽃이 각각 수백 개씩 꽃대 끝에 모여 머리처럼 보이는 꽃차례를 하고 있다[사진 1]. 주변에 흔한 개망초나 민들레 등의 국화과 식물을 한 송이를 꺾어다 종이 위에서 분해해보면 수많은 낱꽃에 놀랄 것이다.

들국화 –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벌개미취

들국화가 피어야 가을이고, 들국화가 지면 겨울이다. 그런데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식물도감에 없다. 들과 산에 저절로 피어있는 국화 무리를 통틀어 우리는 흔히 들국화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벌개미취, 참취 등이 있다. 학교마다 상징하는 꽃이 있는데, 들국화로 정한 곳이 꽤 있다. 그 학교 누리집 사진을 살펴보니 이때 들국화는 대개 구절초나 쑥부쟁이였다.

가을 우리 산야에서 흔히 마주하는 들국화. 그들을 좀 더 알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가면 더 자주 눈에 띄게 된다. 이제 길을 걷다 이 녀석들을 보게 되면 이름을 불러주자.

먼저 구절초를 살펴보자. 구절초九節草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약효가 좋은 음력 9월 9일 즈음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또한 예로부터 부인병에 좋다고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한다. 9~10월에 줄기 끝에 꽃이 한 송이씩 핀다. 꽃잎은 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는 붉은 기운이 도는데 차차 맑은 흰색으로 변한다. 꽃잎 끝의 가운데 부분이 좀 들어간 모양이다[사진 2].

기사 관련 사진
▲ [사진 2] 구절초 잎이 깃꼴로 깊게 갈라진다. 국화나 쑥 잎처럼.
ⓒ 서광석

관련사진보기


둘째, 들에서 더 흔하게 눈에 띠는 것은 쑥부쟁이다(7월~10월). 옛날에 동생들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쑥을 캐러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났다고 하여 '쑥부쟁이'라는 슬픈 전설이 있는 꽃이기도 하다. 봄에 어린 순을 뜯어 나물로 먹는다.

쑥부쟁이 꽃은 연한 보라색이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 끝마다 꽃이 피어서 무리지어 보이는 점이 구절초와 다르다. 초보자가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꽃송이만 보면 잘 구별이 안 된다. 이때 잎 모양을 보자. 다른 점이 보일 것이다[사진 2, 3].

기사 관련 사진
▲ [사진 3] 쑥부쟁이 잎이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다.
ⓒ 서광석

관련사진보기


셋째, 여름(6월~10월)부터 꽃 피는 벌개미취[사진 1]. 관상용으로 길가에 심어진 걸 자주 보곤 한다. 글쓴이는 몇 년 전 여름에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몇 천 평 넓이에 펼쳐져 있던 벌개미취의 장관을 잊을 수 없다. 그때 씨앗을 가져와 화단에 뿌려 계속 즐기고 있다. 벌개미취의 학명은 'Aster koraiensis'인데, 'koraiensis'는 '한국'이라는 뜻이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것이다. 영어 이름도 'Korean Daisy'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노란색 국화, 산국과 감국을 만나자. 이 두 녀석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산국, 산에 피는 국화란 뜻이다. 꽃이 작고 다닥다닥 피어있는 느낌이다[사진 4]. 꽃 크기가 10원짜리 동전만하다. 잎을 씹어보면 쓴맛이다. 감국甘菊 잎을 씹어보면 단맛(甘)이 살짝 돈다. 국화차는 이 감국으로 담근다. 꽃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여 산국보다 약간 크다.

기사 관련 사진
▲ [사진 4] 산국 감국보다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어있다.
ⓒ 서광석

관련사진보기


나는 여전히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다. 여러분은 어떤가? 나 자신도 서른 넘어서 겨우 무식한 놈을 면한 처지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나는 여전히 여러모로 무식하다! 고수인 독자님들 앞에 치부를 드러내는 듯해 나는 늘 부끄럽다.

흠~~ 이 가을 들국화 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

 

 

 

[오마이뉴스]글 바로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