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우주를 만나다 -- 복효근 시의 근원 남원 운교리
운교리의 땅에서 복효근이 자라던 시절 어머니가 그에게 불쑥 던지던 말들은 모두 시어였다. “나무를 하러 갔다온 어머니는 ‘너네들 생각해서 어린 나뭇가지는 절대로 손대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생각하면 그 말들 속에 시가 담겨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식물성의 언어로 채워진 시집
<화장실도 없는 이 전차 속에서/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한사코/ 오줌이 마렵고 내리고 싶다/ 앞으로 나아갈 줄밖에 모르는/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끈기가 늘 부러웠다/ 열차 위엔 2만5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멈추어진 역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자꾸만 안전선 뒤로 물러서라 했다> (‘전철속에서 1’ 부분) 도시의 삶 속에서 그가 느낀 것은 실체는 없고 목소리만 남아 있는 인간형과 앞만 보고 내달리는 시스템에 대한 혐오다. 심지어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책마저도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아는 사람도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앞으로 나아갈 줄밖에 모르는> 것은 지하철만이 아니다. 도시의 현장에서 살아내는 사람 모두가 시선을 뒤에 둘 줄 모른다. 언제나 지나온 자리가 더 밟히는 그에게 도시는 근본적으로 닫힌 문이었다.
어머니는 살아있는 시어
텃밭 속에 우주가 담겨 있고
운교리에서 자라던 시절 복효근은 시인보다 화가를 꿈꿨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존재의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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