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지식으로 만든 생태책 꿈꾸죠" | ||||||||||||||||||
전국과학전람회 대통령상 거제계룡초교 변영호 교사 우리나라 A급 생물도감 모두가 일본 자료 "생태연구, 정확한 현장 정보가 새로운 가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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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제55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거제 계룡초등학교 변영호·박훈구·최규태·원진안 교사로 이뤄진 남방동사리팀이 교원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주제는 '거제도의 담수어류상과 분포상의 특징 탐구'.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거제도 소동천과 산양천 고현천 연초천 둔덕천 외포천 간덕천 등을 조사한 결과들에 더해 올 한 해 연구를 거듭해 내놓은 성과물이다. 이번 연구·조사는 변영호 교사가 주도했다. 변 교사는 앞서 '거제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긴꼬리투구새우 생태 및 서식지 조사'(2005), '거제도산 잠자리목(目) 연구'(2007) 같은 논문을 잇달아 발표했고 그 때마다 생태 연구를 하는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둘 다 제51회와 제53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신문 방송에 집중 보도된 긴꼬리투구새우는 서식지가 남부 지역 일부 못자리 논이라는 기존 규정은 잘못이며 남한 전역이라는 점을 실증했다. 이 모두가 거제도를 발로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풀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하거나 사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학교 수업 밖에서는 틈나는 대로 해당 지역을 찾아다녔다. 지역 생태를 몸으로 풀어내는 관점과 태도, 분야별 연구 성과와 내용, 학교 동아리 활동 등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거제가 고향이신지요? △아니요. 1974년 1월 1일생인데 산청이 고향입니다. 그러나 99년 거제를 첫 발령지로 골라 온 뒤 11년째 거제에 있습니다. 거제는 제가 사는 데서 어디를 가든 자동차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조사·연구에 딱 맞는 조건이죠. -거제 발령받자마자 바로 시작했습니까? △처음에는 전통차와 풍물 같은 문화도 같이했는데 학생들이랑 함께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환경 쪽으로 치중했습니다. 교육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와 환경이지요. -선생님처럼 현장을 누비는 사람이 생태 연구 쪽에는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일을 '뻘짓'이라 하지요.(웃음) 전문화·세분화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전문가 그룹에서 저는 '현장의 본질적 궁핍함'과 '연구 자체가 안 됐다는 점'과 '연구 성과 공유가 안 돼 있다는 점'을 봅니다. 이론 연구나 개별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이나 식견을 갖춘 이는 많습니다. 저는 이런 이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아무 이유 없이 다 줍니다. 채증 자료까지도요. 물론 넘길 때 관심 분야를 체계 있게 조사한 사람으로서 서글픔은 있지만……. -이론 전문가랄까 하는 쪽에서 충분히 인정하고 대접하지는 않으리라 짐작이 되는데요. △실정 자체가 그렇다면, 현장에서 무언가 창조해서 가치가 더 높아지고 대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요. 정보 자체가 새로운 가치이지요. 게다가 관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중요하니까 중요하다'는 식으로는 많은 우군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졌습니다. 현장을 자세히 조사하고 결과를 대가 없이 공개하는 자체가 이런 우군을 양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무슨 대접을 받고 값어치를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제 시절에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고요. 일본에서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렇습디다. 이론 전문가와 현장 전문가, 일반 관심자가 어울려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가 공간을 확보받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회를 위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분들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다가가야 합니다. 저도 그래서 여러 학회에 가입해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가 발전·확대돼 가치가 인정받으면 되겠지요. 전문가들만의 전유 또는 배타적 공유를 허물어야 합니다. 제가 조건없이 공개하는 까닭입니다. 이런 공개가 많아져 월간 <자연과 생태>에서도 '생물 공개 수배'를 하지요. 연구의 영역과 지식의 지평이 대가없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활동의 궁극 지향은 무엇일까요? △저는 교사입니다.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장 체험 프로그램이나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사육 프로그램 같은 것도 되고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생물 도감에서 A급은 죄다 일본 자료입니다. 일본이나 미국 자료가 A급이라 해서 안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민들레·할미꽃이라 했을 때 거기에는 자연적 속성을 넘어서는 마음 아리게 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습니까? 전문가뿐 아니라 어린 학생을 비롯해 일반 초보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토착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생태'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절로 흘러넘칠 때 내는 게 책이라고 봅니다. △첫째 두려워하지 말자입니다. 이를테면 물고기를 알아서 물고기를 공부하는 게 아니고 물고기를 모르기 때문에 물고기를 연구하지요. 하고 싶으면 해야 하고요, 그렇게 하려면 도와줄 사람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찾고 묻고 조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관심을 갖고 계속하려면 희생이나 욕심이 아니라 신념이 요구된다입니다. 시간 내고 돈 대는데 이를 사는 목적의 하나로 삼아야 합니다. 삶의 일부로 삼아야 합니다. 셋째로, 기술은 별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한 일은 무언가를 채집해 와 인터넷이나 도감에서 그림 맞춰보기를 거듭한 것밖에 없습니다. 이게 여기 있는데 무슨 의미일까, 여기 있는 게 과연 맞나, 이것을 두고 다른 데서는 이렇게 얘기했던데 그게 맞을까 틀릴까 등등을 생각해본 것이 전붑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일 기쁜 것은 있습니다. 제가 제 방식으로 연구하고 축적하고 교육하고 산출하고 생각하고 결론을 냈는데, 이 자기 식이 인정받을 때입니다. 영화 <파워 오브 원>의 마지막 대사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럴 겁니다. "세상은 많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변한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딱 한 사람이다." 저는 잘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모두 옳지도 않을 것입니다. 신념은 몸으로 실천할 때 의미가 있다고 여길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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