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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꾸기-색깔론...조중동 '광우병보도' 위험수위

두메풀 2008. 5. 16. 09:29

말바꾸기-색깔론…조중동 ‘광우병보도’ 위험수위
정부 발표 두둔…국민 불안은 ‘반미 선동’ ‘혹세무민’ 뭇매
동아, 작년엔 “한국인 광우병에 취약”…올해는 “단정못해”
조선, 미국 표본조사-일본 전수조사 비교…발생비율 왜곡
중앙, 2004년 수입재개 경고…방송쪽 우려엔 “선동” 폄하
한겨레 김동훈 기자
»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두둔하면서 과거 자신들의 주장과 180도 다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광우병 시위’를 방송 탓으로 돌리면서 색깔론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인이 미·영국인보다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지난해 3월 동아일보 보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광우병 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지난 주말 서울 청계천에서 이틀 연속 1만여명이 모인 ‘촛불 시위’로 표출됐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 주장을 두둔하고 있다. 과거 자신들의 보도 태도와 다르다. 또 ‘광우병 파동’ 책임의 일단을 방송 탓으로 돌리면서 ‘반미세력 선동’ 등 색깔론과 ‘정치적 배후설’ 등 음모론도 언급하고 있다.

 

조·중·동의 말바꾸기=

 

지난 3일치 <한겨레>와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아침신문 대부분은 일제히 ‘광우병 촛불시위’를 사진과 함께 1면 머릿기사로 다뤘다. 반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들은 같은날 1면에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쓰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과거엔 광우병을 우려해 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논조를 편 바 있다. <조선>은 2003년 12월29일치 기사에서 “미국발 광우병 등으로 ‘육류 공포증’이 확산되고 … 국민들의 증폭된 불안감 뒤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도 2003년 12월31일치 사설에서 “쇠고기 수출을 원한다면 미국은 먼저 수입국 국민의 불안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앙> 역시 이듬해 1월28일치 사설에서 “이 사안(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동아>는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학설도 뒤집었다. <동아>는 지난해 3월23일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라는 기사에서 “프리온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인이 미국인이나 영국인보다 더 취약하고, 한우는 젖소보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산 쇠고기 토론’을 전하면서 “한국인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를 머릿기사 큰 제목으로 달았다.

 

 

사실 왜곡과 논리의 비약=

 

조선>은 지난 2일치 사설에서 “소 1억 마리를 키우는 미국에서 그동안 광우병에 걸린 소 3마리가 발견됐다. … 사육소 100만 마리 가운데 광우병 소 30여 마리가 발견된 일본의 광우병 발생 비율이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모든 소를 전수조사해서 나온 수치인 반면 미국은 광우병 의심소 1천마리당 1마리만을 표본조사한 결과인데도 <조선>은 단순비교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셈이다.

이 사설은 이어 “3억명 넘는 미국인들과 250만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이 그(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광우병 잠복기가 10년 이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 <조선>은 2001년 2월1일치 ‘광우병 공포 확산…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기사에서 “광우병의 잠복기가 10~40년이므로 현재 발생이 없더라도 안심해선 안된다”는 학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논리의 비약도 눈에 띈다. <중앙>은 2일치 사설에서 “일부 방송사들이 광우병 공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 이는 미국 쇠고기 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선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자신들도 주장했던 언론의 ‘광우병 우려’를 순식간에 ‘정치적 선동’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조선> 5일치 사설에선 ‘수입 반대론자=위선자’라는 무리한 논리를 전개했다. 사설은 “이 많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 가 있는 자녀들에게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은 여태 한번도 없다. 자기 자식들에겐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먹이면서도 다른 국민들에게만은 먹이지 않겠다면서 쇠고기 수입반대운동에 팔을 걷어붙인 대한민국 위선자들”이라며 해괴한 주장을 폈다.

또 탤런트 김민선씨가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며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에 대해 “미친 발언”이라며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색깔론과 음모론=

 

색깔론에 처음 불을 당긴 것은 지난달 24일치 <동아> 사설이다.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고 선동하나’에서 “반미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어느 모로 보나… 반미 선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3일치 사설에서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며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조선>도 2일치 사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다”고 했고, 5일치 사설에서도 “이 사태를 반미운동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합쳐져 판단력 없는 중·고교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밀려나오고 있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6년 전 효순·미선양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도 2004년 1월3일 ‘기자수첩’에서는 “현재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는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관례이며, 이를 사실상 주도한 나라가 미국이다. ‘수퍼 파워’ 미국이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까지 자국 이익을 앞세워 힘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4s학자 및 시민단체 견해5b=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일 논평에서 “보수언론들이 끝까지 정부의 잘못을 두둔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반미세력의 선동’이나 ‘일부 방송의 혹세무민’ 탓으로 돌린다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보수신문에 대한 심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신문방송학)는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데 보수언론은 국가와 동조해 ‘유언비어’라고 매도하는 것이 마치 과거 강압적 통치시대를 보는 것 같다”며 “촛불시위 때 ‘조중동 물러나라’는 구호가 왜 등장했는 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훈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