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관계론적 접근·실천 문제는
불살생(연기)·존엄사(업)·비폭력”
오계의 첫 번째는 ‘산 목숨을 죽이지 마라’이다. 그만큼 불교에서는 생명을 소중히 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사진〉가 들려주는 불교와 생명의 세 번째 강의는 이 불교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과 불교의 접점에서 찾는 색다른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편집자주〉
싱그러운 초록내음이 가득한 6월 15일 서울 잠실 불광사 교육원. 불광사에서 마련한 ‘우희종 교수에게 듣는 생명과 불교’의 세 번째 강의를 위해 우교수가 강단에 섰다. ‘불교와 생명’을 주제로 한 이날에 그는 복잡계 이론의 소개로 강의의 문을 열었다.
“복잡계 이론은 근대과학이 지닌 관계의 단절이라는 폭력성의 한계에서 비롯됐습니다. 다시 말해 복잡계 이론은 각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조직화를 이뤄 창발적인 체계를 구성하고, 환경에 적응해가는 구조에 관한 이론입니다.”
그에 따르면 복잡계의 기본을 이루는 생각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대한 종래의 견해가 하나의 원인에 대응하는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그 관계는 수많은 현상들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구성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 협동현상에서 비롯됐다는 관점이다.
그는 또 복잡계 이론의 특징을 상(相)전이와 척도독립성, 부익부빈익빈으로 구분했다. 상전이는 어느 상태가 임계상태에 다다라 새로운 현상이 창발 하는 것이고 척도독립성은 큰 현상 혹은 작은 현상이든 간에 그 속성은 같음을 빈익빈부익부는 자기조직화가 일어나서 한번 잘 된 것은 계속 잘 되는 것을 말한다.
이어 그는 “생명의 특징도 상전이 척도 독립성.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있습니다”라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관계지향적인 인과의 연기적인 형태로 가야합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의 삶을 복잡계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생태적이고 연기론적인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그의 주장이다.
그는 삶의 관계론적 접근과 연기적인 실천의 문제의 첫째로 불상생(不殺生)에 관한 연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불살생의 의미는 단순히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 넘어 생과 사가 한 우주의 생성(生)과 우주의 소멸(死)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명체를 존재의 의미로 보고, 인위적인 업(業)을 버리고 정말 깨어있는 관계 속에 살라는 것입니다.”
그는 한 생명, 즉 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 속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곧 우주라고 바라봤다. 따라서 이 세상은 연기법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를 죽이는 것은 인위적인 행위의 문제로써 탐진치(貪嗔痴)에 가려 그렇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불살생을 통해 그는 있는 그대로 여여(如如)하게 관계속의 아름다운 세상, 연기론적 관점으로 이 세상을 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존엄사를 통한 업(業)과 주인됨에 대해 말을 이었다. “존엄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이기에 종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연명기구나 치료에 의지한 체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면서 사는 것이 무조건 옳을까요. 생사일여(生事一如)라는 불교적 관점에서 이것은 생명의 집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인데 생사를 넘어 인위적인 행위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업(業)이라는 것이다. 또 내 삶의 주인인 ‘나’로써 불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마음이 바로 주인됨이다.
그는 “‘생(生)’이라는 화려한 포장에 가려 우리들은 그 집착이 강한데 때로는 ‘탁’ 놓고 여생을 마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라며 “이미 존엄사에 관한 원칙은 세워졌기에 불제자로써 그에 관한 체제 보완과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 등에 관한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비폭력을 통한 실천적 삶의 문제에 대해 말했다. 폭력이란 관계의 단절과 왜곡이란 것이 그의 주장인데 그것을 하지 않는 보다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비폭력에 대한 핵심이다.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삶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비폭력은 곧 참여이며, 참여는 곧 비폭력입니다. 왜곡되고 단절된 관계 개선을 위해 살기 때문입니다. 주위(중생)와의 나눔이자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삶의 상전이가 깨달음(悟)이고, 존재의 철저한 관계성이 연기(緣起)”이라며 “관계에 깨어있는(不昧因果, 불매인과) 마음의 주인이 돼 살아야 합니다”라고 건넸고 이날 강의를 마무리 했다.
김도원 기자 kdw8321@jubul.co.kr